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영국·호주와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 창설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을 봉합하며 "우리가 한 일은 어설펐다. 품위 있게 처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 주재 프랑스대사관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프랑스만큼 오래되고 충실한 동맹이 없다"며 "프랑스는 극도로, 극도로 가치 있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오커스 창설로 호주와 맺은 잠수함 공급 계약을 파기당한 프랑스가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하게 반발했던 것과 관련해 공개 석상에서 사실상 사과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에게 있어서 우리가 반드시 봐야 하는 것은 미래"라며 미국의 사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두 나라가 이미 공동의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무기수출, 원자력 및 재생 에너지, 우주, 혁신적 기술 등 여러 분야에 강화된 협력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회복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명확히 해야 할 것들을 명확히 했다"며 "지금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앞으로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다"라고 답했다. 그는 테러리스트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 지역에서 프랑스가 펼치는 대테러작전에 미국의 정보력과 군사력을 더 잘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최근 몇 주 사이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아주 구체적인 결정"이 사헬 지역에서 사투를 벌이는 프랑스군에 도움이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커스 사태 같은 일이 또 벌어져선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는 "우리는 신뢰 구축 과정에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화해 제스처에 화답하면서도 뼈 있는 말을 남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