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0월 28일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입관식을 마치고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지난달 30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엄수된 가운데, 장남 노재헌 변호사가 다음 날 페이스북에 올린 추도사에서 선친(先親)의 명복을 빌었다.

노 변호사는 “이제 아버지를 보내드린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명암과 함께 살아오신 인생, 굴곡 많은 인생을 마감하셨다”며 “식민지의 가난한 산골에서 태어나 6살에 부친을 잃고, 나라 잃은 슬픔까지 뒷산에서 퉁소를 불면서 달래던 소년 시절은 아버지를 조용하지만 의지가 강한 분으로 만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변호사는 “6.25 전쟁이 터지고 당시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선택한 군인의 길은 평생의 운명이 되었다. 군인, 정치인, 대통령을 거쳐 일반 시민으로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사법의 심판으로 인해 영어의 몸이 될 수 밖에 없었다”며 “그 후 큰 병을 얻어 긴 시간 병석에 누워 고통스럽게 지냈고, 결국 영광과 상처가 뒤섞인 파란 많은 생을 마감했다. 그것 또한 본인의 운명으로 받아들이셨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아버지는 말씀이 많지 않던 분이었다. 자신의 얘기를 하기보단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분이었다”며 “그렇지만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결론을 내리고 의견을 조정해주는 분이셨다. 자식들에겐 과묵하지만 다정다감하셨다”고 회고했다.

노 변호사는 “아버지 없이 자란 당신의 아쉬움을 자식에게는 주지 않으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 속에도 어머니와 자식들을 위한 공간은 언제나 남겨 놓으신 분이었다. 어쩌다 시간이 나는 주말에는 온 가족과 함께 가까운 교외로 드라이브하고 설렁탕 한 그릇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노래하는 순간을 가장 행복해 하셨다”며 “아버지는 절제와 중용이 몸에 밴 분이다. 과하면 아니함만 못하다 하시고 음식, 술 모든 면에서 검소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대통령 퇴임 후 큰 수모를 당하실 때조차 당신이 다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씀했다. 원망의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국민과 역사에 대한 무한 책임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셨다”며 “5.18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희생과 상처를 가슴 아파했다. 대통령 재임 시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학생 시민 노동자 경찰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에 안타까워하셨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아버지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지만 주어진 역사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분이다. 대통령으로서는 공과 과가 있지만 가족에게는 최고의 아버지였다”며 “이제 그토록 사랑하던 조국과 가족을 뒤로 하시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편하게 쉬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