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주요 경제법률 형사처벌 항목 중 36.2%가 중복처벌이고, 5중처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인을 전과자로 만드는 과도한 처벌을 개선해야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7일 16개 부처 소관 경제법률의 형벌규정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경련 발표에 따르면 301개 경제법률은 6568개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징역 또는 벌금)을 규정했다. 

전체 처벌항목 6568개 중 6044개는 법 위반자뿐 아니라 법인도 함께 처벌할 수 있는 양벌규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벌규정의 적용을 받는 처벌항목 수는 6044개로 전체의 92.0%다. 

전체 처벌항목 6568개 중 2376개(36.2%)는 법 위반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을 포함한 두 개 이상의 처벌·제재수단을 규정해 놓았다. 중복수준별로는 2중처벌이 1561개(23.8%), 3중처벌이 714개(10.9%), 4중처벌이 41개(0.6%), 5중처벌이 60개(0.9%)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징역형은 '~년 이하', '~년 이상 ~년 이하' 등의 방식으로 상한을 규정하고 있으나, '~년 이상'의 형태로 하한만 규정한 항목도 225개(전체의 3.4%)에 이르렀다. 전체 처벌항목의 평균 징역기간은 3.70년, 평균 벌금액수는 6227만원으로 나타났다. 

법제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령 수는 1996년 3347개에서 지난해 4669개로 39.5%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전과자 비중은 1996년 13%에서 2010년 22%로 높아졌다. 작년에는 그 비중이 32%까지 올랐을 것이라 추정한 연구결과도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과도한 처벌이 경영자, 기업을 전과자로 만들고 있다. 기업가정신 제고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도한 형벌수준을 낮추거나 중복처벌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하는 전경련이 제시한 과도한 처벌 사례들.

#1. 외부감사법상 회계업무 담당자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재무제표상 변경된 금액이 자산총액의 10%를 넘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된다. 이는 형법상 '직계존속에 대한 상해치사 형량'과 동일하다. 회계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람이 죽은 것과 같은 수준의 처벌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2.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은 과잉·중복처벌의 종합판이다.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경영책임자(CEO)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징역에 상한이 없을 뿐 아니라(1년 '이상'), 징역과 벌금의 동시 부과도 가능하다. 경영책임자뿐만 아니라 법인도 처벌을 받는다. 법위반자와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책임도 진다.

#3.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친족 등 특수관계인 현황, 주식소유 현황 등 지정자료를 요구한다. 거짓자료 제출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정자료 담당자들은 누락되는 친족이 있을까봐 늘 조마조마하다고 한다. 기업집단에 따라 적게는 100여 명, 많게는 2∼3백여 명에 달하는 친족이 있으며, 매년 이들의 혼인, 출산 여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협조를 거부하는 친족도 많다. 지정자료 제출시 동일인(총수)이 자필로 서명해야 하며, 실제 총수가 고발된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