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1월 8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한 청년으로부터 손편지를 받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2위에 오른 홍준표 의원의 ‘마이웨이’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동시에 지지를 보내준 청년층을 위한 정치적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홍 의원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원팀 기조를 분열시키는 2등의 몽니”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석패(惜敗)한 홍 의원으로서는 당연한 대응”이라고 옹호하기도 한다. 

차기 선거를 ‘비리 대선’으로 규정하고 이재명·윤석열 쌍끌이 견제 구도에 들어간 홍 의원의 독자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접어드느냐에 따라 여야(與野) 표심의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 의원이 경선에서 당심(黨心)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윤 전 총장보다 일반 여론조사 득표가 많다는 점에서 ‘대중적 지지세’를 기반으로 차차기 대권(大權)이나 다음 당권(黨權)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이는 최근 홍 의원 낙선(落選)에 불만을 품은 소위 2030 청년층의 국민의힘 ‘탈당(脫黨) 러시’ 현상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래 세대인 청년층 지지를 발판으로 정치 생명을 새롭게 이어가기 위해 현 정치세력과 차별화를 꾀하는 일종의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홍 의원은 8일 대선캠프 해단식에서 “전당대회 석상에서 분명히 얘기했다. 비리 대선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며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白衣從軍)하는 것과 ‘원팀 정신’을 주장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100분의 1도 안 되는 당심만으로는 대선에서 이기기가 어렵다”며 “지금부터 양 진영에서 네거티브만 난무하는 대선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이어 “(이재명·윤석열) 아마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할 것이다. 대선이 끝나도 지는 사람들이 승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윤 전 총장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만난다고 달라질 게 아무 것도 없다. (내가) 고집이 보통 센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도 “민심에서 압승하고 당심에서 지는 희한한 경선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선거의 룰이었기 때문에 깨끗하게 승복한 것”이라며 “부디 대선은 민심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당심으로 치를 생각은 하지 말고, 민심을 따라가는 당심이 되도록 하라”고 충고했다. 7일에는 “언론에서 비리 대선 불참 선언을 원팀이 안 된다거나 당 분열로 보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라며 “꼭 대선 조직에 들어가야만 원팀이 되는 건가. 당원 개개인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전체주의”라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이 “‘청년의꿈’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열렬히 지지해준 그분들에 대한 보답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일축했다. 홍 의원은 최근 청년 플랫폼 구성 관련 질문에 “열기가 이리 솟아있는데 그 사람들을 그대로 흩어지게 하면 안 된다”며 “청년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편하게 청년들과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겠다는 뜻이지 새로운 뜻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현재 언론들은 분석 기사를 통해 홍 의원의 차기 정치 행보를 조명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강조한 소신과 가난한 환경에서 스스로 개척해온 그의 이력 등을 청년층이 인식하면서, 미래 세대들이 정치인 홍준표의 지지 여건을 구축한 것”이라며 “당내 의원들을 끌어안지 못해 당원들의 지지를 못 받은 한계를 드러냈으나, ‘홍준표’라는 콘텐츠가 미래 세대에 크게 부각됐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 이후에도 활동할 여지를 남겨놓게 했다”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홍 의원도 이번 대선 도전이 마지막임을 강조해왔지만, 차차기 대선에 도전할 경우 70대 초반의 나이에 불과하고, 이번 대선 이후에도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활동을 이어갈 경우 ‘잠룡’으로서 가치가 여전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영남일보》 또한 “홍 의원은 일명 ‘꼰대’ ‘불통의 정치인’이란 오명 속에 한 자리 지지율에서 출발했지만, 단순명료한 사이다 발언으로 2030 세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보수정치인으로 우뚝 섰다”며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경선에서 홍 의원이 받은 2030 세대의 지지는 차차기 대선에 도전할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 의원의 독자 행보에 대해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7일 YTN 인터뷰에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 말은 더 이상은 안 하겠다는 거고 마음속으로는 잘 승복이 안 되는 것을 슬쩍 내비치기도 했다”며 “특히 이번에 자신의 주요한 지지기반을 받쳐주기도 했던 젊은 세대들과 가교 내지는 창구 이런 것들을 뭔가 폼을 갖춰서 시스템을 한번 만들어보고자 하는 순수한 욕심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소장은 “다만 끝까지 이렇게 한 발짝 거리를 두고 있을 것인지는 관심이다. 아직도 의원 (임기가) 2년 정도 남았다”며 “만약에 집권을 하게 된다면 첫 100일, 여섯 달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한 국면이기 때문에 ‘당신은 국힘 정부 출범을 위해서 무엇을 기여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처삼촌 벌초하듯’ 설렁설렁 할까,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