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신냉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택해야 할 대외 전략의 방향성에 대해 밝힌 논문이 나왔다.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최근 국제정치 학술지 '신아시아'에 게재한 '미-중 신냉전 시대 한국의 국가전략'.
김태효 교수는 논문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자리 잡은 중국에 대한 압박 외교 기조는 안보, 경제 통상, 규범 질서를 망라한 전면적 체제 경쟁의 선포를 의미했다"며 "트럼프가 견지한 대내외 정책 기조 전반을 폐기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정책만큼은 그대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트럼프 시기에 비해 미국의 독자적 조치보다는 우방국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중국 견제 노선을 체계화·제도화하고자 한다"며 "일방주의보다는 다자주의를 통한 대중 경제 공조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중 신냉전은 이들 두 나라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나라에 딜레마적 상황을 부여한다"며 "그것은 미국 편에 설 것이냐 중국 편에 설 것이냐의 양자택일에 대한 압박감인 동시에, 여타 국가들이 어느 한 편을 일방적으로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기도 하다"고 했다.
논문은 '가치 동맹'을 주춧돌 삼은 안보와 경제의 다자협력체에 한국이 참여해 달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며 미국의 요구사항은 과거사 문제로 악화한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자공동체에 한일 양국이 함께 동참해달라는 것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대외 정책은 미·중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어떤 쪽도 선택하지 않으면서 둘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헤징 전략'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대신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중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담당한다는 접근은 노무현 정부로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 이웃국을 압도하는 국력을 지니지 못하는 한, 갈등 제로의 헤징 외교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며 "한국의 생존을 좌우하는 안보를 먼저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의 존망이 위협받게 되고 경제를 포함한 나머지 이익의 문제는 애당초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연대를 통해 세계 안보와 경제 질서의 주류 세력을 재편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은 6·25전쟁의 폐허와 잿더미에서 세계 10위권의 발전 국가로 도약하기까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가치가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한국의 안보가 정책의 선택과 집행에 있어 다음의 세 가지 제약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좌-우 성향의 양대 정치 세력이 지난 20년간 정권 교체를 반복해오면서 서로 완전히 상반된 안보 정책을 구사했다. 이는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국가 안보의 정체성과 목표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유권자는 국가 안보 이슈보다는 부동산, 세금, 물가, 복지, 교육 등 단기적이고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입각해 투표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이 뽑고 선택한 행정부의 수반과 집권당이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미, 대중, 대북 정책을 펼 개연성을 내포한다.
셋째, 한반도의 분단 상황이 한국 사회의 이념과 지역 분열 구도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전술이 한국 정치에 깊숙이 개입돼 있으며, 이와 진간접적으로 결부된 좌파 세력이 맹목적인 자주 외교와 민족주의 노선을 증폭 시켜 왔다.
김 교수는 끝으로 "2022년 3월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 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양극단 논리가 중간 지대에서 표류하는 대중의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해 펼치는 여론전이 격화할 것"이라며 "각자 국민은 어떤 이유에서 나라의 지도자를 새로 뽑든 그 결과는 향후 수십 년 동안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