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0월 25일 오후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군산2국가산업단지 내 유수지 수상태양광 시설. 패널이 새똥으로 오염되는 문제가 반복되자 지난 4월부터 조류 퇴치용 소음기 5개를 설치해 새를 쫓아내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탄소 중립’ 등 이른바 친(親)환경 사회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환경 보호’라는 미명(美名) 아래 탄소처럼 기후변화의 요인이 되는 물질들을 배출하는 ‘기존 에너지원(源)’을 배척하면서, 정작 대체 자원은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원자잿값 폭등(暴騰)을 초래하는 것이다. 근래 품귀 대란(大亂)을 앓았던 ‘요소수’도 석탄으로 만드는데, 중국이 무리하게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석탄 생산과 수입을 줄여 사달이 났다. 특히 요소수 수입을 중국에 97% 의존하고 있었던 우리나라는 ‘요소수 대란’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의 배경과 동향〉이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그린플레이션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각종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원자재 수급 불균형으로 물가(物價)가 오르는 현상을 지칭한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탄소 중립 이행에 따른 친환경 수요 급증, 친환경 규제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자 물가도 영향을 받았다”며 “그린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청정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확충과 더불어 탄소 중립 과도 기간 중 전력 공급원 간 보완성도 함께 조절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中, ‘脫탄소화’ 환경 규제 및 ‘電力 부족’ 사태로 공장 가동률 하락... 글로벌 원자재 공급 急減

보고서는 “원유(原油)·석탄 등 화석연료 기반의 전통적 발전(發電) 체제로부터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기반으로 에너지 체제가 전환하면서 친환경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 또한 전력(電力) 수급 불안에 따른 생산 감소로 생산재 전반에 원가 상승 압박과 비용 전가가 발생했다”며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야기된 수급 불균형으로 그린플레이션이 현실화됐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 심화로 최근 급(急)진전을 보인 글로벌 탄소 중립 정책과 연계한 전기차 등 관련 친환경 원자재 수요 증가로 해당 원자재 공급 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탈(脫)탄소화 환경 규제와 이에 따른 전력 부족 사태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해 글로벌 원자재 공급이 급감(急減)했다. 특히 세계 생산량의 82%를 차지하는 마그네슘 생산량(2021년 1~9월)이 50%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원자재 공급이 감소했다. 

유럽은 차체(車體) 경량화 자재인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다수 원재료(原材料)의 수급 불균형으로 후방 제조업 생산이 감소했다. 미국은 중국 전력난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희토류, 리튬 등 친환경 원자재 공급 부족이 산업 생산 감소로 이어짐에 따라, 정부가 나서 ‘수급처 다양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원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화석연료 발전소의 가동률 제고로 발전 연료 단가가 급등했다. 대표적 사례로 유럽의 경우, 풍력 약화로 미흡해진 발전량 대체를 위해 석탄 발전량을 확대함으로써 석탄 및 전력 생산 단가에 영향을 줬다”며 “천연가스의 경우처럼 주요 공급원인 러시아가 한때 천연가스 공급량 확대를 거부하는 등 정치·경제적 이슈도 그린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다. 이 여파로 2021년 3분기 주요 에너지 자원 가격은 전년(前年) 동분기 대비 천연가스 118.0%, 원유 72.7%, 가솔린 45.0%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韓 마그네슘잉곳, 망간제품, 알루미늄 케이블 등 중국 수입에 전적 의존

보고서는 “원자재 공급이나 제품 생산 차질은 물론, 해상 운송 등 물류 측면에서도 병목(현상)이 발생하며 생산자 및 소비자 물가를 추가 자극했다”며 “2021년 10월 주요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경우, 미국은 31년 만에, EU(유럽연합)는 1994년 3월 이후, 중국은 2020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글로벌 장기 과제인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일부 그린플레이션 동반은 불가피하므로 각국(各國)은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도 친환경 원자재 수급과 관련해 현재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수급처 다변화, 자국(自國) 자체 생산망 유지·보완, 주요 원자재 비축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적시된 우리나라 각 원자재의 현재 대(對)중국 의존도는 다음과 같다.

〈친환경 원자재 대중국 의존도(%, 1~9월 수입 기준): 마그네슘잉곳 100, 망간제품 99, 알루미늄 케이블 97.4, 산화텅스텐 94.7, 수산화리튬 83.5, 수산화코발트 80.6 등(한국무역협회 기준)〉

전문가 “탄소 중립 속도 조절하고 原子力 적극 활용해야”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는 지난 10월 27일 월간 《머니(Money)》 칼럼 ‘화석에너지 가격 급등... 그린플레이션 도래’에서 “국제 상품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원자재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알루미늄, 구리, 니켈 등 비철 금속의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내년 9월 알루미늄 가격이 지금보다 11% 이상 오른 톤당 32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리와 니켈 가격도 톤당 1만1500달러, 2만4000달러로 10%씩 상승할 것’이라고 각각 예측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린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자칫하면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국, 유럽 각국 등 주요국들이 ‘위드 코로나’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린플레이션으로 화석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후 변화에 대비해 탄소 중립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하지만, 그린플레이션에 대비해 적절한 속도 조절은 물론 원자력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