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캡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인근에 병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내년 17만 5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2014년 3월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병합한 바 있다.

러시아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노리는 속내는 무엇일까? 과거 크림전쟁(1853~1856년)과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지정학적 관점과 역사적 맥락에서 러시아의 팽창 원인을 고찰한 논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강정일 한국지정학연구원 연구위원이 2019년 5월 정치·외교 학술지 《국가전략》에 게재한 '러시아의 팽창 정책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 지정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논문.

강정일 위원은 논문에서 러시아의 팽창 정책은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른 부산물이 아닌 러시아가 갖는 지리적 공간과 특성에 기반을 둔 러시아인들의 역사적 유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위원은 "가혹한 기후와 척박한 토양은 러시아인들의 거주 지역을 제한시켰고, 자연적 장벽이 돼 주지 못했던 넓은 평원 또한 훈족을 비롯한 유목 민족들의 침입에 대한 공포에 항상 노출돼 있었다"며 "이 같은 국경 지역의 불안함은 러시아인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돼 제국을 완성하고자 지속해서 바다로 향했던 팽창 정책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의 팽창 정책을 포함한 대외 정책은 범세계적인 해양 국가와 대륙 국가 간의 충돌로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불가피한 충돌은 과거 유럽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한반도를 포함한 극동에서도 발생해온 것으로, 잠재된 충돌의 원인이 동유럽의 림랜드인 크림반도에서 다시금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정학에선 유라시아 대륙을 '하트랜드(Heartland)'와 '림랜드(Rimland)'로 구분하고 있다. 하트랜드는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로서 가로축은 동유럽에서 시작해 현재의 시베리아의 동측 경계선까지, 세로축은 북극해에서 남쪽으로는 남부 아시아의 사막 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림랜드는 유럽 해안, 아라비아와 중동의 사막, 인도에서 중국 남부에 이르는 아시아의 몬순 기후 지역 등 가장자리 땅을 포함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림랜드는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치열한 쟁탈의 무대였다. 이 지역에서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영국과 러시아 간의 '그레이트 게임'이 있었고, 19세기 말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 영국과 독일이, 1940년대 말에서 1980년대 말까지 미국과 소련이 여러 차례 충돌했다.

다음으로 논문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대륙 국가의 팽창 이유 중 가장 강력한 요인은 영토 획득과 바다로 진출하고자 하는 욕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위원은 "NATO의 확대와 동유럽에서의 영향력 축소라는 국제적 상황 속에 처해 있는 러시아에 있어 크림반도는 자국의 영토를 확장하고, 유럽으로의 진출, 더 나아가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진 기지로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사활적 이익이 있는 땅"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대서양의 입구인 발트해에서는 발틱 3국을 비롯해 북유럽 지역 국가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어왔으며, 지중해와 흑해의 관문인 크림반도에서는 해양국가들과의 지속적인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만약 러시아가 팽창 정책을 고수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양 국가들의 연합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며, 가시화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해 제2의 크림전쟁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향후 러시아에 대한 해양 국가들과의 연합과 제재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러시아의 행보를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위원이 예측했던 것처럼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고 있고, 이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논문은 끝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얻은 지정학적 교훈을 안보 환경이 유사한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있다.

강 위원은 "유라시아의 림랜드로서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 양쪽을 분리시킬 수도 있고, 매개자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교통로로서 기능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이 같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대륙 국가 중국과 해양 국가 일본 사이에서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고 더구나 19세기와 20세기에는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의 장으로 변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현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한반도에 분쟁이 발생하거나 북한이 붕괴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중국은 반드시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또한 소련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 한반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해 해양 국가인 미국과 일본이 개입하면 크림반도 합병의 경우보다 더 큰 국제적 분쟁과 충돌이 야기될 수도 있다"며 "림랜드라는 지정학적 숙명을 지울 수 없는 이상 우리는 해양 국가와 대륙 국가의 양측의 국제적 지지를 확보한 가운데, 완충지대 역할을 지속하며 내적으로 더욱 국력을 키워나가는데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