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기 상공에서 바라본 일본 도쿄 도심 전경. 도쿄 고토구 고급 맨션 단지가 보인다. 사진=조선일보DB

최근 발표된 국제금융센터의 보고서 ‘일본의 저물가 현상 및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근래 들어 세계적 인플레이션 기조와 궤를 달리하는 일본의 저물가 현상은 이른바 ‘3저(低, 저물가·저금리·저성장)’로 압축되는 ‘장기(長期) 저성장 구조’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인플레이션이 가중되고 있는 주요국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여전히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가계의 민감한 반응과 기업의 보수적인 영업 및 고용 관행 등으로 인해 저물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저물가 현상은 무엇보다 경제 성장 둔화 및 장기적 임금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본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저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 주체인 가계는 제품 가격의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생산 주체인 기업은 원가 상승분의 반영을 위한 제품 가격의 인상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이 풍부한 현금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에는 적극 나서지 않아 노동시장이 경직되는 현상을 초래한다. 근로자들이 양질의 일자리 구직과 임금 상승을 추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저물가 현상은 저물가·저금리·저성장 등 소위 3저로 압축되는 장기 저성장 구조를 의미하는 ‘일본화(Japanification)’의 일부분으로, 지난 수년간 여타 주요국 정책 당국자들 역시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 당국자들은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산업 구조의 고부가가치화 전환이 지연되고 잠재성장률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통상 소비자 물가 상승은 기업 입장에서 가계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도록 만드는 신호로 작용한다”며 “이후 근로자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 보장될 수 있는 일자리로 옮겨가고자 하는 유인이 증대되는데, 일본의 경우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저물가 현상은 보수적인 고용 및 임금 체계 등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에 기인하고 있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며 “일본은 구조적인 저물가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확대가 가능한 방향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역동성을 확보하는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