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 아들 김정은이 집권한 지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집권 초기 불안해 보였던 김정은 정권은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러 권력을 공고히 한 듯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에 손을 내밀고 있다. 북한 정권도 한반도 평화를 꿈꾸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선대(先代) 김일성·김정일과 마찬가지로 핵무기를 앞세워 한반도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다고 밝힌 논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김경희 연구원(이화여대 대학원 북한학과 박사과정)이 올해 9월 국제정치 학술지 《신아세아》에 게재한 '고슴도치 이론과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한반도 통일전략' 논문.
김 연구원은 논문에서 다음 질문의 답을 찾고자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과연, 국제사회의 최빈국이자 약소국 북한이 핵무장을 했다고 해서 자국 안보를 넘어 한국과 그 안보 동맹인 초강대국 미국을 제압하고 한반도 적화통일을 이뤄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논문의 저자는 북한의 한반도 적화통일은 현실화할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핵무기를 완성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등으로 확실히 무장할 경우, 한반도 적화통일의 현실화는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의 '국방력에 의한 한반도 적화통일' 실현 개연성을 분석하기 위해 '약소국 안보 이론'이라 할 수 있는 '고슴도치 이론(Porcupine Theory)'을 원용했다. 고슴도치 이론은 비록 약소국이라 할지라도 상대 강대국에 대해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고슴도치의 가시를 확보한다면 '억지(deterrence)' 효과로 인해 강대국으로부터 공격을 포기하게 만들어 자국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논문에 따르면 김정은의 핵무기를 앞세운 한반도 적화통일 의지는 지난 1월 9일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당 대회에서 발표된 당 규약 개정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개정된 당 규약 서문의 주요 내용이다.
"조선노동당의 최종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 조선노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며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
북한 정권의 최종 목적은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이고,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해체, 무력을 사용한 한반도 적화통일을 꿈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정권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를 거치며 전략적 후퇴는 있었을지언정 단 한 번도 한반도 적화통일의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다.
논문은 선대 김일성·김정일 정권과 구별되는 김정은 정권의 적화통일 전략의 특징은 강력한 국방력, 핵 억지 전략을 통해 통일을 앞당기는 것 일명 '북한판 고슴도치 통일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1950년대 중반 김일성 시기부터 비밀리에 계획하고 준비해온 '핵 억지 통일전략'이 드디어 그의 손자 김정은 시기에 현실화해 당규에 공표된 것으로 인고의 장구한 세월을 견뎌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며 "이런 현실은 김정은 정권이 유엔과 미국 등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제로 인해 경제회복의 길이 막힌 극한의 현 상황에서도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은 북한판 고슴도치 전략을 무력화하기 위한 '한국판 고슴도치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대응 방안을 다섯 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물리적인 측면으로 북한의 핵 무력 억지력을 상쇄하기 위한 억지력 구축과 만약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력을 신속히 구축해야 할 것이고, 심리적인 측면에선 1970년대 김일성 시기부터 지속해온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 즉 민족해방 (인민) 민주주의 혁명(NLPDR)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이 제시한 한국판 고슴도치 전략의 다섯 가지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핵우산의 신뢰도 강화이다. 무력이 공공화되지 않은 국제사회에서는 군사력이 자주권을 지키는 최종 무기라 할 수 있다. 비핵국가인 한국이 핵무장한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억지 전략은 미국 핵우산의 신뢰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 핵우산의 한국 확장을 의심치 않는다면 적화통일 도발을 감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WMD(대량파괴무기)·대응 체계(舊 3축 체계)의 신속한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억지 위주의 방어전력 구축으로, 북한이 무력에 의한 통일을 공언한 이상 혹시 모를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는 한국형 방어 및 억지 전력 구축은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동북아지역의 집단안보협의체 구축 등 글로벌 네트워크에 북한을 유인해야 한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됨으로써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변화를 도모하고 각종 도발을 억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넷째, '한반도 통일방안' 개선을 위해 남북한 간의 정례화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시대 흐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남북한 간의 통일방안 등 일련의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남한의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과 북한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은 사실상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국가 형태가 남한은 '자유민주체제'의 사회이고 북한은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의 사회라는 점에서 간극이 크다. 따라서 정치적 이념을 앞세우기보다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에 방점을 두는 방안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남한 사회 내부의 친북 통일전선 세력의 무력화를 위해 대국민 통일 역량 강화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반(反)통일교육이 아니라 같은 민족으로서의 북한 동포애와 자유민주체제로의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각성시키는 심리적 방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자주와 평화통일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남한 내 친북 통일전선 세력의 끈질긴 '민족해방 (인민) 민주주의 혁명(NLPDR)' 전략을 방어(defense)해야 한다. 이들은 남한을 무장 해제하고, 북한 주도의 통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남한 내부에서 지속적인 사회 갈등 첨예화, 반미, 주한미군 철수, 반공 세력 적폐 몰이 심지어 편향된 통일 교육 전파 등 적극적인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을 이행하고 있는 전위부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막고 적화 혁명이 무력화될 수 있도록 심리적 방패를 갖추기 위해 전 국민 대상 '통일 교육'을 세대별로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