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조선일보DB

세계 정치사에서 포퓰리즘 정치는 줄곧 있었다. 인류 역사에 악영향을 끼친 포퓰리즘 정치인과 그 집단에는 독일의 히틀러와 나치, 소련의 레닌과 볼셰비키, 중국의 모택동과 홍위병 등이 있다. 최근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있었다. 대한민국에도 포퓰리즘이 부상하며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대표적인 포퓰리스트로서 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정치인 이재명을 지목하고 그의 정치 행태를 분석한 연구 자료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2019년 1월 《사회과학논집》에 게재한 '포퓰리즘의 이해와 이재명 현상에 대한 시론적 논의' 논문. 이재명 후보는 스스로를 여러 차례 포퓰리스트라고 밝힌 바 있다. 

채진원 교수는 논문에서 일반적으로 포퓰리즘이란 정책 실현의 현실성, 옳고 그름, 가치 판단 등의 본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불만과 고통 및 인기에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논문에 따르면 포퓰리즘 연구의 권위자인 얀 베르너 뮐러(Jan Werner Mueller)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교수는 "포퓰리즘은 '국민이 직접 통치하게 하자'는 민주주의의 최고 이상을 실현해주겠다고 약속하는 타락한 형태의 민주주의"라고 규정했다. 

또한 그는 포퓰리스트의 특징에 대해 "그들은 기득권 정치 엘리트 집단이 부도덕하다고 비판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이 쓰는 언어는 거칠고 태도는 무례하며, 반대 세력을 인정하지 않는 반(反)다원적 태도를 취한다"고 밝혔다.

논문은 포퓰리즘의 요소를 다음 6가지로 정리했다. ▲인민에 대한 호소와 반(反)엘리트주의 ▲적과 우리의 이분법 ▲반(反)자유주의 또는 반(反)의회주의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대한 의존 ▲선동을 통한 단순화 ▲매스 미디어의 효율적 구사 등이다. 좌·우파 포퓰리즘의 차이점에 대해선 우파 포퓰리즘이 불안의 정치, 음모론, 원래적인 것에 대한 동경, 민족 또는 종족, 문화적 정체성에 호소하는 반면 좌파 포퓰리즘은 계급, 계층적 정체성에 호소하거나 평등 사회를 동경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포퓰리즘은 대개 문제 해결의 방법론이 민주적인 기본 질서라는 헌법적 가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며 "포퓰리즘은 민중의 환심을 사서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하는 포퓰리스트들의 달콤한 데마고기(Demagogy, 거짓 약속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아첨 술책)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포퓰리스트와 민주주의자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민주주의자와 반대되는 포퓰리스트의 특징은 ▲'국민'의 관점: 미분화된 하나의 동질적인 집합체로서 '전체 국민'을 상정하는 전체주의적 입장 ▲'국민 주권'의 관점: 다수 국민의 결의나 의지를 방해하는 소수파(정치 엘리트층과 경제 기득권층)를 타파하고 배제한 상태 ▲'국민 주권'의 실현 방법: 다수 국민의 집단적인 궐기와 결의에 기반한 인민재판과 1인 집중 ▲리더십 스타일: 카리스마, 권위주의, 선동 정치 ▲지지 기반: 폭민(暴民), 정치 혐오, 정치 무관심층 ▲지도자-지지자 관계: 일방적 추종과 지지(선동 결의, 각종 미디어 선전과 동원) 등 6가지다.

채 교수는 포퓰리즘의 요소와 포퓰리스트의 특징을 지표로 이재명 후보를 분석한 결과 그를 '좌파 포퓰리스트'로 규정했다. 저자는 주요 논거로서, 좌파 포퓰리스트로서의 이재명의 정치 행태는 ▲적과 우리의 이분법으로서 법 위의 사회주의 성향의 정책을 추구해왔다는 점 ▲대의 정치와 정당보다는 국민 직접 정치와 SNS을 매개로 한 인민주의 호소를 추구해왔다는 점 ▲숙의와 토론보다는 선동을 통한 단순화를 추구해왔다는 점 ▲주류 정치에 반대해 온 아웃사이더 기질과 카리스마적 성향의 리더십을 추구했다는 점을 꼽았다.

저자는 "이재명의 정치행태는 구(舊)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불가능했던 기본소득, 무상분배 등의 정책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인 우리나라 중앙 정부에서 전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퓰리스트라 할 수 있다"며 "물론 이재명의 정치행태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경로와 방식을 논리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모순된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이재명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의 정치철학적 배경을 볼 때,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사회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준 사회주의 성향의 정책'이라며 그 근거로 '청년 배당정책에 관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이재명이 이것을 수용토록 제안해온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언을 소개했다. 

강 교수는 2009년 5월 18일 진보전략회의 5월 워크숍의 발제자로 참여해 "진보정당이 사회주의를 당면 목표로 내세울 수 없는 상황에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가능한 이행기적 강령을 내세워야 하며, 기본소득이 이행기 강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가는 이행기 강령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채 교수는 또한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는 유력 정치인 이재명 자신은 기득권 세력이 아닌지 묻고 있다. 그는 "이재명의 정치행태는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지만, 과연 민주적 기본 질서를 강조하는 헌법적 질서 안에서 어떻게 기득권을 타파할 것인지에 대해 숨겨진 의도를 제시하지 않은 채, '국민의 혁명적 변화'라는 인기영합적 선동을 반복한다는 점"이라며 "이재명 본인은 아웃사이더이며 변방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변호사, 성남시장으로서 정치적 발언권이 강하면서도 고액의 연봉을 받는 자를 기득권자가 아니라고 보기엔 가난한 빈곤층의 입장에서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문은 끝으로 이재명 후보가 급부상하게 된 요인을 다음 네 가지로 설명했다. ▲탄핵 사태에서 드러난 정치 권력과 재벌 권력의 부패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제도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 ▲민중의 분노에 영합하기 위한 '선명성과 강경성을 선동하는 단순화 전략'의 성공 ▲이재명을 지지하는 SNS 커뮤니티인 '손가락혁명군'과 '이재명과 함께하는 십만대군' 등을 통한 대중 선동 전략의 성공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흩어졌던 진보좌파 지지층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조직하는 데 사용했던 '전략적 극단주의 노선’의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