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사진=조선일보DB

내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현대사 속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국민 공통의 긍정적 평가를 받는 지도자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시선 역시 따뜻하지 않다. 차기 대통령이 5년의 국정 운영을 모두 마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당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임기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정당 지지율, 대통령 후보 지지율, 정권 교체 지지율 모두 야당 쪽이 높다. 세 수치 모두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반영하는 지표다. 이 지표들은 공통적으로 국민 과반이 문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려하게 시작했던 문 정부의 결말은 왜 이렇게 초라한 것일까?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담은 논평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대근 우석대 교수(前경향신문 논설위원)가 지난달 26일 동아시아연구원(EAI) 대선 특별 논평 시리즈 두 번째 글로 작성한 '대통령의 성공조건: 협력하고, 분산하고 존중하라' 논평. 저자는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먼저 차기 대통령은 오만한 '신성 권력'이 아닌 성찰하는 '세속 권력'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 관한 많은 문제는 권력의 오만함에서 시작됐다"며 "민주화 주도세력이라는 자부심에 촛불 시민의 위임을 받았다는 생각이 더해져 자신들이 세상을 구원하는 신성한 존재라고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신탁이라도 받은 듯한 오만한 집권세력의 눈에 야당은 성스러운 과업 수행에 방해되는 존재로 보였을 것"이라며 "야당은 주요 현안을 두고 협력해야 할 상대가 아니라 접촉해서는 안 되는 하나의 금기였다. 야당의 악마화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 대통령이) 다수 시민의 공적 이익을 위해 써야 할 권력 자원을 대통령 측근 그리고 대통령과 사적 인연이 있는 특정인을 위해 소진했다"며 '조국 지키기'와 '한명숙 명예회복 운동'을 그 예로 들었다. 한명숙 명예회복 운동과 관련해선 "부패행위로 징역 2년을 살고 나온 한명숙이라는 개인의 명예를 위해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낭비한 것"이라며 "시민의 신임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저자는 다음으로 차기 대통령은 '분열 정치'에서 '협력 정치'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내부 분열 때문이라고 믿은 집권세력은 내부 단결을 위해 당내 이견을 억압하고 대안적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집권세력이 복숭아라면, 대통령은 보호해야 할 복숭아 씨앗, 열정 지지자는 그 씨를 보호하는 단단한 껍질, 당은 열성 지지자를 감싸는 과육 역할을 했다"고 비유했다. 이는 북한의 '수령론'에서도 나오는 비유다. 북한 정권과 주사파 세력들은 '수령 김일성은 복숭아씨와 같고 인민대중은 복숭아살과 같다'고 해서 복숭아살은 씨를 위하여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협치하지 않는 정부 여당의 독주 사례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시도, 부동산 정책, 임대차 3법과 같은 민생 법안 통과 등을 거론했다. 그는 "(분열 정치는) 열린우리당 같은 내부 갈등은 피할 수 있었지만 경직성으로 인해 시민 요구에 대한 반응성을 떨어뜨리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며 "이 같은 경직성은 상호 견제를 통한 자율 교정, 자기 조절의 기회도 앗아갔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저자는 '권력 집중'에서 '권력 분산'으로 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행정부의 권력 비대화와 삼권 분립 훼손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 정부는 고위 판사를 청와대 비서관으로 영입하고 감사원과 청와대 간 인사 교류로 감사원을 지배하려 했다"며 "대통령 가족 및 측근을 감시하는 청와대 특별 감찰관은 5년 내내 임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개혁은 방향을 잃었다"며 "검찰개혁은 권력이 된 검찰을 분권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대통령 권력 보호를 위한 것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국민과 함께'에서 '국회와 함께'로 통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이 스스로 뽑아 대표자를 보낸 국회를 존중하는 것이 올바른 민주적 통치 행위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21대 총선 전 여소야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국회를 우회하는 국정', 즉 대통령 행정명령에 의한 통치를 했고, 총선 후 여대야소 상황에선 '국민과 함께 하는 정부'를 내세우며 '국회 없는 국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 모두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성공하기 좋은 여건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임기 말에 이르러 출범 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열과 대립, 혐오와 분노로 가득 찬 대선 과정에서 탄생할 다음 정부는 말할 것도 없는 것 아닌가"하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며 "정치인은 어떤 난관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낙관 속에 출범해 안이해진 정부보다 비관 속에 탄생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정부가 실패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며 "다음 대통령이 과거 정부로부터 배울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핵분열 에너지보다 핵융합 에너지가 더 크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