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BS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가 최근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그고 우크라이나 침공(侵攻)을 가시화하는 등 ‘유라시아 대륙의 패권(覇權)’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의 ‘패권 정치’를 심도 깊게 분석한 논문이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발행된 국제 정치 전문 학술지 《슬라브연구》 제37권 1호에 실린 이홍섭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의 논문 〈러시아의 신수정주의적 안보전략 모색〉이 그것이다. 

이 교수는 이 논문에서 러시아의 패권 정치를 ‘신(新)수정주의’라 명명하고 있다. 그는 “탈냉전 이후 러시아는 세계 질서의 근간이나 국제법의 원리를 바꾸는 것에 전념하는 수정주의가 아닌, 신수정주의 입장에서 국제관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논했다.

이 교수는 “러시아의 신수정주의적 안보 전략은 국제관계에서의 게임 규칙 자체를 변경하자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실행되는 방식의 변경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즉 현재의 국제구조를 완전히 분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대표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는 한편으로는 상당 기간 추진해 온 EU(유럽연합) 및 미국과의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외교적 자율성과 자유를 확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주도의 서방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 및 연합세력을 확대하는 전략”이라며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러시아의 저항은 두 가지 형태를 띠었다”고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첫째, 전(全) 소비에트 공간에서의 영향권 회복, 둘째는 대안적인 국제기구 및 협력체의 창설 및 지원이다. 전자는 군사력 강화 및 선전 도구 활성화 노력을 통해 현실화됐고, 후자는 다자주의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중국과의 협력 및 유라시아 통합 노력으로 나타났다. 신수정주의적 안보전략으로 전개된 재(再)군사화와 다자주의적 협력 확대는 국내적으로는 정치 안정과 단합 효과를, 국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위상 제고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권의 정통성은 경제 발전과 안정성에 기반을 두는데, 러시아 정부는 경제적 성과의 악화로 애국주의와 반(反)서방주의를 동원했다. 즉 서방에 도전하는 것이 국내 정치 통합에 효과적인 도구가 됨으로써, 신수정주의적 입장을 취하게 된 것이다. 푸틴은 세 번째 임기(2012~2018)에 ‘가치’(value)에 대한 이야기를 정치적 담론의 주류로 끌어들여 보수적인 가치를 선호하는 다수파의 입장을 후원함으로써 지지 확대를 도모했다.〉

이 교수는 “러시아의 신수정주의 전략의 구체적 도구인 ‘재군사화’는 국내의 정치적 안정과 대외적 위상 제고라는 대외 목표 수행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의 신수정주의적 행태는 국내적으로는 권위주의적 통치의 특징인 강한 규제에 의한 사회 통제의 강화, 대외적으로는 재군사화 및 다자주의를 추구해 서방에 대한 저항을 통해 국내 단합을 도모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