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사태로 인해 이준석 당 대표가 중앙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나는 등 국민의힘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수진영 일각에서 신당(新黨) 창당 등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새어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미 여권, 즉 더불어민주당은 '진보발(發) 정계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에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이해찬·유시민·박영선 등 거물급 인사들이 합류하는 등 '당내 결속'을 다진 후,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과의 합당(合黨) 추진에 이어 최근 '중도 외연 확장'까지 노리고 있다. 좀처럼 세력화하지 못하고 있는 제3지대 잠룡 안철수·김동연·심상정·손학규 후보 등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發 진보-중도 규합 추진에 보수진영도 신당 창당說
특히 현 제3지대 잠룡들이 중도 진보 성향에 가까운 데다, 근래 당내 파워 게임 및 윤석열 후보의 잦은 실언, 김건희씨 경력 논란 등으로 타격을 입은 국민의힘과 연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같은 구도를 기회로 '세력 확장'에 힘을 실어, 대장동 및 아들 논란 등으로 공세를 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새롭게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정국 구도에서 보수진영의 창당설 또한 눈길을 끌고 있다. 소위 신당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박근혜 신당이다. 특별사면 및 복권으로 마음만 먹는다면 정치 활동이 가능해진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한 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거나 직접 정치 행보에 나설 경우, 그를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이 힘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면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 지역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 탄핵정국 이후 SNS 등 뉴미디어 시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보수 우파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이미 재야(在野) 보수, 즉 조원진 대표의 우리공화당, 전광훈 목사의 국민혁명당, 고영주 변호사의 자유민주당 등 친박(親朴) 성향의 원외(院外) 정당들이 각기 나름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어 박 전 대통령을 축으로 규합할 경우 기성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3金 파워 지닌 朴 대통령, 친박 원외 정당 합칠까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견고한 지지세, 정치적 아우라로 인해 보수진영, 특히 구원(舊怨) 관계로 해석되는 윤석열 세력은 차기 대선을 위해서라도 그의 일거일동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소위 '박근혜 신당설'의 위력을 증명해준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국정원장은 과거 "박근혜는 존재 자체가 정치다. 상당한 국민적 지지도 갖고 있다"며 "3김(김영삼, 김종필, 김대중)씨와 박근혜 대통령은 누구라도 특정 지역에 공천을 하면,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킬 힘이 있었다. (이제) 3김은 고인이 됐고, 박 전 대통령은 비록 감옥에 가 있지만 그런 유일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됐다"고 평한 바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윤석열 대통령 집권 시 국민의힘 내부 및 선대위 일각에서 구(舊) 친노(親盧) 정당 '열린우리당'식의 창당을 추진한다는 설이다. 윤석열 정권을 받드는 일종의 친위(親衛)정당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당수(黨首)를 지낸 김한길 전 대표가 이끄는 선대위 병렬 조직인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창당 기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尹 친위정당 창당 기반?
'윤석열 친위정당' 창당설은 두 가지 차원에서 설득력을 지닌다.
1. 윤석열 정권이 출범해도 '여소야대' 국회 구도 하에서 국정과제 등 입법 통과가 불확실하므로, 현재의 여권 일부와도 손을 잡는 합종연횡 즉 '헤쳐 모여'식 친위정당 창당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이는 이재명 낙선 시 이낙연계 등 호남파 및 전통 진보 진영의 입지 강화와도 관련돼 있는 논리다.
2. 국민의힘 내에서 윤석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은 중진 및 홍준표, 유승민 등 낙선(落選) 잠룡들이 윤석열 정권과 각을 세울 가능성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서울지검장, 검찰총장을 지내며 소위 '적폐 수사'를 감행한 윤 후보의 이력에 대해, 보수정당을 오랫동안 지켜온 당 중진들로서는 탐탁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당내 친윤(親尹) 계파에 대한 비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까이로는 대선 직후 열리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놓고 다투는 '당권 혈투, 파워 게임'이 펼쳐질 수 있다. 최근의 윤핵관 논란이 그 전조로 해석된다. 특히 윤핵관을 예전의 진박(眞朴) 세력이라 칭하면서 경고한 이준석 대표가 과거 '친유승민계'로 불렸다는 점에서 추후 계파 분열의 가능성은 잠재해 있다.
여소야대 국회 구도 돌파, 국민의힘 계파 갈등 방지 위해 창당 추진?
물론 현재로는 윤 후보가 경선 승리로 당선된 엄연한 공식 대선후보이고, 정권 교체라는 대의명분 하에 선거조직이 가동되고 있지만 막상 윤 정권이 출범하면 갈등은 수면 위로 표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친위정당 창당설은 탄력을 받는다.
실제 최근 정치권에선 윤석열 친위정당 창당설이 거론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에 올린 글에서 '김한길 새시대위원회를 주축으로 한 창당 가능성'을 묻는 네티즌 질문에 "그러려고 만든 것 아닌가. (그러나) 대선 승리해야 그런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이준석 대표도 라디오 방송에서 본인의 창당을 요구하는 청취자의 말에 "제가 당 대표인데 직접 당을 개혁하는 길이 가장 쉬운 일인데, 왜 돈 들고 시간 들고 힘들어 죽겠는데 창당을 하나"라며 "창당은 제가 할 것 같진 않다. 창당을 노리는 세력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 또한 지난달 라디오에서 김한길 새시대위원회를 놓고 "재창당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 분(김한길 전 대표)이 움직이면 보통 정치 세력이 재편된다"며 "새시대준비위라고 하면 새로운, 기존의 국민의힘과는 성격이 다른 인재를 모으겠다는 뜻일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국민의힘을 새로 만들려는, 새로운 창당의 일환으로 제3지대라고 불린 사람을 모아 국민의힘을 재창당하려는 모양"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