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몇 달 전까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그가 어느덧 사퇴·입당·경선을 거쳐 제1야당의 공식 대선후보로서 거침없는 ‘대권 행보’를 이어가면서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정치권 등판 초기, 이 같은 이례적인 사건을 세간에서는 ‘윤석열 현상’이라 불렀다. 

윤석열 현상은 대선을 앞두고 매번 ‘새 인물에 기대를 걸어온’ 기존의 정치 현상들(안철수·반기문 현상 등)과는 궤를 달리한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지검장·검찰총장 등으로 재직하다 ‘정권 수사’를 놓고 집권세력과 투쟁, ‘반문(反文) 기치(旗幟)’를 내걸고 야당의 대선후보가 됐다. 권력과 검찰 간의 갈등 구조 속에서 극적(劇的)으로 변신, “헌법정신·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출마했다. 2012·2017년 대선을 앞두고 ‘현실정치 외곽’에서 부상한 안철수·반기문과는 다르게, 격랑(激浪)의 정국을 헤쳐나가며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찾았고 비로소 잠룡(潛龍)으로 거듭났다.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시대의 요구도 있었지만, 스스로 ‘대권 가도’를 개척(開拓)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최재혁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은 지난 3월 9일 자 ‘동서남북 칼럼 – 윤석열 현상’에서 “한국 정치에서 ‘○○○ 현상’이 성공한 적은 없다. 노무현 정부 때 ‘고건 현상’, 이명박 정부에서의 ‘안철수 현상’, 박근혜 정부 당시의 ‘반기문 현상’이 그랬다”며 “(그러나) 작년 한 해 법무장관으로서 인사권과 지휘권을 쥔 추미애를 상대로 윤석열이 벌인 처절한 싸움을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들은 ‘윤석열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윤석열은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일 뿐’이란 평가절하에 대해, 그들은 ‘밖에서 때려서(가) 아니라 맞서 싸웠기 때문에 윤석열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고 논한 바 있다.

윤석열의 투쟁을 대망(大望)으로 거듭나게 했다는 것, 즉 결과적으로 현 정권의 실정(失政)이 ‘윤석열 현상’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홍 《동아일보》 대기자는 지난 5월 14일 자 칼럼 ‘윤석열 현상 자초한 문재인식 정치’에서 “윤석열 현상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은 문 대통령이다. 윤석열의 정치적 성장이 스스로 강단 있게 소신과 원칙을 지킨 결과물이라는 점과 별개로, 밟을수록 커지는 ‘헤라클레스의 사과’(이솝우화)를 1년 넘게 짓밟은 어리석음은 오롯이 문 대통령의 몫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는 “문 정권의 ‘민주주의 원칙·가치에 대한 철학 결핍+사안의 경중·우선순위 판단 미비+지지세력 집착’ 성향은 조국사태 같은 악수(惡手)를 낳았고 그 결과 윤석열 현상이 창출됐다”고 부연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월 18일 자 《한국경제》 칼럼 ‘윤석열 현상과 법치 대한민국’에서 “(당시) 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고정 조사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구조적 요인과 개인적 특성 두 가지를 추정할 수 있다”며 “구조적 요인은 정치권의 ‘내로남불’식 윤리 혼돈과 상시화된 불법성에 기인한다. 과거부터 집권세력은 선거에서 크고 작은 불법을 저질렀고 이 불법들을 힘으로 무마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국민은 ‘법치’ 대한민국을 간절히 바라고 있고 ‘윤석열 현상’은 그런 국민의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현상’을 고찰한 논문도 근래 주목받고 있다. 지난가을 발간된 《한국정치학회보》 55집 4호에 실린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당파적 양극화 속 새로운 정치적 대상에 대한 이념적 인식: 윤석열 현상을 사례로〉가 바로 그것이다. 장 교수는 이 논문에서 “유권자들이 양대(兩大) 정당 사이에서 느끼는 ‘정서적 양극화’는 윤석열의 이념적 위치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통계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윤석열 현상의 정서적 차원은 높은 수준의 정치 지식을 보유한 유권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인식이 윤석열의 이념적 위치를 추론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며 “윤석열은 무엇보다도 검찰개혁 문제를 둘러싸고 현 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벌이면서 정치적 의미를 획득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 정부에 대한 반대야말로 윤석열의 이념적 위치를 추론하기 위해서 한국 유권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범주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가 윤석열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논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윤석열에 대한 정치적 인식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것은 다름 아닌 최근 한국 정치가 경험하고 있는 ‘당파적 양극화’ 현상이다. 주요 정당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해 느끼는 정서적 태도의 차이가 점차 벌어지는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양극화의 심화가 여러 가지 정치적·비정치적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양대 정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자의 경우, 정서적 양극화의 심화는 상대 정당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높은 수준의 정서적 양극화는 국민의힘과 연계된 윤석열과의 이념적 차이를 보다 크게 인식하도록 이끄는 반면에, 국민의힘 지지자의 경우 높은 수준의 정서적 양극화는 윤석열이 스스로와 이념적으로 유사한 입장을 가진다는 인식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장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국민의힘과 이념적으로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윤석열이 스스로와 이념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윤석열이라는 새로운 정치인의 이념적 위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윤석열이 현 정부와 갈등을 겪으면서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으며 그 과정에서-자의든 타의든-국민의힘과 지속적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대통령 및 국민의힘에 대한 평가가 윤석열의 이념적 위치를 추론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