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파문으로 윤석열 대선후보 중앙 선대위 직책에서 물러나 대표직만 수행하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다. 

李 “선대위 득표 전략 기억나는 게 있나”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대위 구성의 문제점 및 전략 부재 상황을 지적하며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윤핵관을 정리하는 등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30일 공개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적어도 선대위를 구성한 지 1개월 정도 지난 상황이라면 분명한 ‘득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전략이 기억나는 게 있나”라며 “최근 윤 후보 지지율이 역전되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는데, 득표 전략 없이는 이길 수 없다. 선대위 관계자에게 ‘우리의 대전략이 뭐냐’고 물으면 아마 답을 못할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례로 ‘이남자(20대 남성)’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이여자(20대 여성)’를 위해 신지예를 영입하는 게 논리적인 전략인가. 누가 결정하고 수행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며 “이 상태로 가면 이회창 총재가 2002년 대선에서 졌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 될까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저는 선대위 복귀 의사가 없다. 제가 식사자리나 면담자리에서 반복적이고 통상적인 이야기를 하면, 보통 저와 말씀하신 분들이나 배석하신 분들이 그것을 매우 확장적으로 해석해서 언론에 전달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입장의 변화가 전혀 없다”며 “선대위가 하루빨리 이준석 대책보다 선거 대책에 집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충심 어린 고언이냐, 적전분열 총질이냐

이 대표의 이 같은 처신에 대한 정가(政街)의 여론은 찬반(贊反)으로 나뉜다. ‘대선후보를 위한 청년 당 대표의 패기 어린 고언(苦言)’이라는 응원과 ‘자당(自黨) 선대위를 공격하는 적전분열(敵前分裂)’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당초 윤 후보 측과 선대위 인선(人選)에 대한 의견 충돌로 돌연 잠적, 소위 ‘울산 회동’으로 갈등이 봉합될 때만 해도 그의 고충과 충심(衷心)을 이해하는 여론이 컸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번이나 선대위를 떠나 내부 비판 공세(攻勢)만 견지하고 있는 것은 ‘차기 대선을 관리해야 할 당 대표로서 잘못된 행보’라는 것이다.

지난 27일에는 윤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이 대표의 ‘마이 웨이’를 겨냥한 경고로 해석되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비상 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누구든 ‘제3자’처럼 논평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에 도움 주겠다는 많은 분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과연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발언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예를 들어 후보가 정책적으로 약속한 것을 자기 생각에 맞지 않다고 해서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내 비판 “평론가·제갈량 노릇 그만두고 정책·슬로건 하나라도 만들라”

3선 중진 김태흠 의원은 이 대표를 직격(直擊)했다. 김 의원은 “철딱서니 없고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며 “이 대표는 비단 주머니 운운하며 ‘제갈량 노릇’ 그만하시고 자기만이 세상의 중심이고 가장 옳다는 오만에서 빨리 벗어나라. 몽니 부릴 시간이 있으면 젊은 대표로서 말로만 2030 세대 운운하지 마시고, 그들의 고민을 담은 미래 비전과 해법을 내놓으라”고 맹폭(猛爆)했다. 그는 “방송에 나가 평론가 노릇 할 시간 있으면 당 대표로서 국민의 열망과 시대적 소명을 담은 정책 하나라도, 슬로건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 보라”며 “이것이 젊은 당 대표에게 국민과 당원이 바라는 것이고 이 대표의 소명”이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당 대표가 당을 위해 하는 제언이 ‘평론 취급’을 받을 정도면 언로(言路)는 막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평론은 평가에 그치지만 제안은 대안을 담고 있다”며 “누구나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제언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당내(黨內) 초선(初選)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경희 의원은 “이 대표를 찾아뵙고 초선 의총에서 나온 여러 이야기들을 전달드렸다”며, ‘당 대표 사퇴 의견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까지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일부 초선 의원들이 그런 의견을 내신 건 저도 전해 듣고 있다”며 “제가 당 대표가 되고 난 이후로 저에 대해 여러 평가가 있었던 것이고, 저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하다. 이런 것이 민주주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李, 사퇴론 넘기고 가세연 고소로 응수

한편 시사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최근 단독 보도를 통해 이 대표의 성(性)문제 의혹을 제기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가세연 출연진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성문제 관련) 검찰 기록에 저는 언급된 일 자체가 없다는데 검찰 기록의 어디를 보고 방송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윤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한 신평 변호사는 “가세연은 (이 대표에게) 성 상납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 간 일이 있는지 없는지에 관해 답을 내놓으라고 독촉하나, (이 대표는) 이에 관해 아무 반응이 없다”며 “이 대표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동안의 처신에 대해 이렇게나 큰 오해를 받고 있었다는 점을 받아들이며 깨끗이 사퇴함이 옳다”고 비판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30일 YTN 인터뷰에서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게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이준석 대표가 입을 상처는 상당할 것”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선대위) 합류를 했을 때 과연 커다랗게 플러스알파 효과가 나겠느냐. 저는 그럴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 대표가 선대위) 합류를 하더라도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합류하느냐, 그리고 합류 이후에 어떤 모양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플러스알파 효과는 상당히 가변적일 것”이라며 “중대한 국면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대한 국면, 벼랑 끝 싸움”... 李 향한 불안의 시선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이날 ‘이준석 정치, 보약 대신 독약으로 기억될 건가’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대선 국면에 접어든 이후 이 대표가 주로 해 온 일은 윤석열 후보와 측근 저격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총구를 겨눈 기억은 가물가물하다”며 “적진에서 날아오는 대포보다 내부 소총질이 훨씬 아픈 법이다. 친여 성향 매체들의 야당 내분 부채질에 이준석 대표는 고정 불쏘시개로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주간은 “이 대표는 ‘이재명 대신 윤석열 까기’를 하는 이유를 ‘실패한 대통령’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만일 윤 후보가 넉넉하게 앞서가는 상황이라면 이런 변명이 어느 정도 통할지 모른다”며 “그러나 지금 이 대표는 물이 목까지 차올라 허우적대는 윤 후보를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고 있다. 윤 후보를 상대로 ‘내 입맛에 못 맞추면 이재명 후보가 돼도 어쩔 수 없다’고 벼랑 끝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주간은 “현재까지 이준석 혼자 날려 버린 표가 최소 50만 표는 넘는다고 본다. 윤 후보가 대선에서 진다면 일차적 책임은 윤 후보 몫이겠지만, 만약 승부가 미세하게 갈린다면 이 대표가 독박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며 “불과 몇 달 전 이준석은 곰팡내 나고 숨 막히던 보수 정당에 청량한 바람을 몰고 온, 말 그대로 풍운아였다. 그랬던 이 대표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얼마나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독약’ 성분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