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與野) 양강 체제로 흘러가던 차기 대선 정국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3지대 후보로서는 유의미하게 지지율 10%를 돌파하면서, 여야 후보 교체론이 언급되는 국면에서 새로운 ‘대안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후보 단일화’ 같은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안 후보 측은 이달 내 ‘독자 행보’를 통한 지지율 역전, 즉 골든크로스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신년 여론조사에서 거듭된 지지율 하락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형국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치고 ‘야권 대표 후보’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선대위 내분(內紛)과 윤석열 후보의 발언 실수, 부인 김건희씨 의혹 등으로 후보 지지율은 물론 당 지지도까지 떨어지고 있다. 이에 3일 오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직권(職權)으로 선대위 긴급 재편 및 인적 쇄신을 단행한 상태다. 각 위원장·본부장급 등 선대위 지도부가 사의를 표명했고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까지 총사퇴를 선언한 상황이다.
3일 《중앙일보》 신년 대선후보 여론조사(지난달 30~31일 1010명 유·무선 전화면접 조사, 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3.1% 포인트)에 따르면, 안 후보는 이재명(39.4%), 윤석열(29.9%) 후보에 이어 10.1%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다. 같은 날 공개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지난달 30일~지난 1일 1012명 유·무선 전화면접 조사, 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3.1% 포인트)에서도 두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 8.6%의 지지율을 얻었다. 《조선일보》·TV조선 여론조사(지난달 28~30일 1010명 유·무선 전화면접 조사, 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3.1% 포인트)에서는 6.2% 지지율을 기록했다. 위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유의미한 지지율 거둔 安, 새 시대의 맏형 노린다
안 후보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새해 첫 선대위 회의에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직 국민만 보며, 더 나은 정권 교체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며 “수적천석(水滴穿石·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의 각오와 노력으로 구(舊)체제를 종식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여야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제가 당선되고 저로 정권 교체가 돼서 이 시대를 한 단계 더 앞서 나가게 하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되자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3일 ‘CBS 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를 포함해서, 안철수의 정치에서 머리에 단일화가 정치 공학적으로 들어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단일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대가 유튜브 같은 정치 콘텐츠를 다양하게 그리고 빠르게 접하면서 안철수의 도덕성, 정책 능력을 보고 안철수의 정치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야권 내부에서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이기는 골든크로스가 당연히 이뤄질 거라고 보고 있다”며 “여유롭게 잡아서 설 이전에 양자 대결 구도, 안철수와 또 다른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가 이뤄질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1월 중으로 안철수가 윤석열을 뛰어넘는 골든크로스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 “1월 말까지 3자(者)·트로이카 대결로 갈 것... 지지율 20% 목표”

이와 관련 안 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3일 《정경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 후보 지지율 상승의 배경과 향후 대선 전략에 대해 밝혔다. 안 대변인은 “1월 말, 적어도 구정(舊正·설)까지는 3자(者)·트로이카 대결로 갈 것으로 예측한다”며 “명절 전에 한 20%까지 (지지율을) 무조건 올리겠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비호감 이미지같이 잘못 씌워진 프레임이 많이 걷혀가고 있고, ‘댓글 공작(드루킹 사건)의 희생양’이라는 사실도 국민들이 많이 알게 됐다”며 “게다가 여야의 두 후보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의 이미지가 ‘비교 우위’를 점하면서 돋보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一問一答).
- 여권에서도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 인사는 ‘(과거 새정치연합 대표까지 지낸)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는 이 후보와 (정치적으로) 더 가깝지 않겠냐’는 얘기도 하던데.
“대응할 만한 얘기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이재명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가 훨씬 상식적이다. 오히려 만약에, 예를 들어서 두 사람 중에 ‘기필코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 있다면, 당연히 (안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하지 않겠나. 이재명 후보 쪽은 괜히 중도층의 심리를 흐려놓으려는 속셈으로 (단일화 러브콜을) 하는 것이고. 현 정권의 무능함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비판해온 안 후보 입장에서는 (이 후보와의 단일화는) 있을 수 없는 얘기다.”
- 국민의힘이 내분 끝에 오늘(3일) 지도부 총사퇴를 결행하는 등 선대위를 전격 해체했다. 선대위 쇄신이 윤 후보의 지지율 반등 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저희는 선대위 차원의 문제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지 않다. 정치 상황을 외면하고 있던 많은 중도층의 국민들이 ‘정말 이러다가 (정권 교체가) 망하겠구나’ ‘이런 최악의 대선에서 최악의 결과는 피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인식을 갖게 돼 이 같은 결과(윤 후보 지지율 하락)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안 후보의 상승세는 이제 시작인데, (윤 후보의 반등으로) 꺾여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안 후보는 10년간 철저히 검증돼왔다.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처럼 개인적인 비리나 여러 가지 무슨 의혹들, 가족들의 비위 행위나 추문 같은 게 나올 일이 없지 않나.”
- 제3지대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기 망설여지는 이른바 ‘사표(死票) 회피 심리’는 난관이지 않겠나. 2017년 19대 대선처럼 ‘야권 분열’이 초래돼 결국 여권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렇다. 오로지 한 가지 걱정은, 유권자들이 사표를 염려해서 안철수를 지지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건 보수 쪽에서 자주 하는 얘기다. 제3지대 후보를 주저앉히려는 얘기다. 지금 우리 후보는 철저히 느끼고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간의 위기에 내가 지금까지 이겨왔듯이, 여기(차기 대선)에 집중해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렇게 독하게 마음먹은 만큼, 안철수의 마지막 도전이 국민들의 도전으로 통하는 순간 ‘반드시’ ‘압도적으로’ 정권 교체도 하고 정치 교체, 시대 교체도 반드시 이뤄낼 거라고 본다.”
- 일단 안 후보 측에서는 ‘단일화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히기는 했는데, 단선적인 후보 단일화가 아닌 ‘당 대(對) 당 통합’을 거친 ‘후보 추대’식의 단일화라면 어떤가. 먼 이야기인 데다 실현 가능성이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이미 작년 합당(合黨) 교섭을 이어오지 않았나. 여야 모두 ‘후보 교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인데.
“여러 가지 그런 시나리오들은 많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체념한 상태다. 지난번 (합당) 교섭 당시 ‘(국민의힘과는) 절대 함께 갈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힘 내분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합당해야 한다’는 세력과 ‘안 된다’는 세력의 갈등으로 저희가 희생양이 됐다.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저희가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 그래도 역대 선거를 보면 다자(多者) 대결 상황에서 단일화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거론돼왔는데.
“만약 국민들께서 ‘두 후보 간에 끝까지 경쟁 구도로 가면 (정권 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정권 교체 불가능하다’ 하실 경우에는, ‘국민의 열망’ 위에서 누가 정말 경쟁력이 있는 지도자인지 판단하게끔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단일화를 한다면, ‘압도적인 단일화’와 ‘안철수로의 단일화’를 자신한다.”
- 근래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이른바 ‘쌍특검 도입’ 등 ‘정책 연대’를 했는데 추후 따로 연계하는 활동이 있었나.
“서로 목소리를 내준 것 이상으로는 없다. 심 후보께서는 나름대로 행보가 있고, 우리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부분이 있다. 그래서 ‘연대’라고 표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고, 정말 이 무능한 정권을 타도해서 나라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공감대’가 있는 수준이다. 그런 차원에서 심 후보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가 (안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이 없겠다.”
- 심 후보와의 단일화는 염두에 두나.
“아직 전혀 거론되고 있지 않고,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다.”
- 방금 김동연 후보를 언급했는데, 또 다른 제3지대 후보인 손학규 후보와는 접점이 있나. 손 후보는 안 후보 이후 바른미래당 대표를 지냈고, 19대 대선 당시 국민의당 후보 경선에서 안 후보와 겨루기도 한 만큼 인연이 있을 거로 아는데.
“우리나라 정치에서 안 후보와 인연이 없는 분은 거의 없다. 지금은 그분과 전혀 그런 접점이 없는 상황이다. 저희 선대위에서도 열심히 하는 몇몇 사람들이 그냥 똘똘 뭉쳐서, 뚜벅뚜벅 정책만 계속 발표하고 국민만 보고 가는 상황이다. 지금 안 후보의 지지율도 그래서 오른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에 가장 맞는 적절한 후보라 생각하고, 또 지금을 위해서 그동안 많이 단련돼왔지 않았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