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대위 해체 관련 입장과 향후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해 밝힌 가운데, 회견 직전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내비치며 윤 후보를 맹폭(猛爆)했다. 윤 후보 측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지난 3일 선대위 해체 결정을 사전 협의 없이 전격 선언한 것에 반발, ‘쿠데타설’ ‘김종인 배제론’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갈라설 뜻을 굳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윤 후보 선대위 지휘탑에는 4선 중진 권영세 의원이 ‘선대본부장’으로 내정됐다.
김 전 위원장은 5일 오전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여 분간 그간 논란이 돼온 선대위 운영상의 문제와 윤 후보의 미숙한 리더십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후보 당선을 위해 선대위 개편을 하자는데 그 뜻을 이해 못 하고 주변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봐라. 쿠데타니, 상왕이니”라며 “내가 무슨 목적을 위해 쿠데타를 하겠나. 그 정도의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처음부터 이런 선대위를 구성하면 안 된다고 했고, 그래서 안 가려고 했던 것인데 하도 주변에서 정권 교체 책임을 왜 회피하느냐 해서 12월 3일에 조인(합류)했는데 가보니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을 안 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그동안 관찰하다가 일부 수정해보자 했는데 일부 수정해도 제대로 기능이 안 됐다”며 “그래서 전반적인 개편을 안 하고선 (선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전반적 개편을 하자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 후보를 겨냥, “경선 과정에서부터 나를 종종 찾아오면 내가 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도 지켜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일에 윤 후보에게 전화로 ‘사의 표명하는 짓은 안 한다. 나는 그만두면 그만두는 것이지, 사의 표명하고서 당신한테 반려받는 짓은 안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며 “내가 이준석 대표를 감싼다는 이딴 소리를 윤씨, 윤 후보 주변 사람들이 한 것 같은데, 나는 이 대표에게 ‘당 대표로서 윤석열 후보 당선시키는 것이 네 책무’라는 것만 강조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뭐가 답답해서 이준석과 쿠데타 할 생각을 하겠나”라며 “우리나라에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대통령 되는 사람이 국정을 완전히 쇄신해 세계 속에 다음 세대가 중심으로 들어갈 디딤돌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이라며 “별의 순간이 왔으면 별의 순간을 제대로 잡아야 하는데, 별의 순간을 제대로 잡는 과정에서 지금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일갈했다.
한편 5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 윤 후보로부터 ‘퇴진 통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신문은 “복수의 선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날(4일) 밤늦게 사실상 김 위원장의 퇴진 요청 메시지가 담긴 이 같은 재편 방안을 임태희 전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며 “김 위원장이 ‘후보는 선대위가 해준 대로 연기만 잘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윤 후보 주변에서는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후보를 무시한 발언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