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 및 운영 방향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가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극적으로 화해했다. 6일 저녁 윤 후보와 이 대표는 격론(激論)이 오가던 국회 의원총회장에서 서로 끌어안으며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표는 그간 윤 후보 선대위 비판에 대해 사과했고, 윤 후보는 이 대표의 고언(苦言)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울산 회동’ 이후 두 번째 당 내홍(內訌) 봉합이다.
지난 나흘간 당 상황은 심각하게 돌아갔다. 윤 후보와 반목했던 이 대표 측의 지속적인 선대위 비판에 이어,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기습 해체’ 선언으로 파장이 일었다. 격노(激怒)와 배신감으로 윤 후보 측은 ‘김종인 결별’ ‘이준석 배제’ 성격의 ‘선대위 슬림화’를 발표했다. 윤 후보로부터 퇴진을 통보받은 김 전 위원장의 비판 목소리가 언론 지상(紙上)을 메웠고, 당내(黨內)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퇴진론이 불거졌다.
비공개 의총에서 지적과 비난을 받은 이 대표는 일장연설과 공개토론으로 ‘청년 민심을 끌어오기 위한 선거운동 혁신’을 촉구했다. 윤 후보가 이 대표의 역설(力說)에 동의하고 그를 추켜세워줌으로써 갈등은 해빙(解氷)됐다. 극적 화해 직후 두 사람은 함께 차를 타고 평택 공사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빈소를 조문했다. 이 대표가 직접 운전대를 잡았고 윤 후보가 조수석에 탔다.
내부 분열은 수습됐지만 ‘정권 교체’를 향한 국민의힘의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지리멸렬(支離滅裂)하게 이어졌던 이른바 ‘윤(尹)·이(李) 갈등’으로, 윤 후보의 중도층 지지율이 빠져나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쪽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선대위 파행이 심화했던 근래,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에서 10%대로 치솟았고 ‘호감도’ ‘20대 지지율’ 면에서 우위를 보였다. 안 후보 측은 이달 말까지 ‘독자 행보’로 지지율 20%대를 달성, 중원(中原)을 확보해 ‘3자 구도’ 확립을 노리고 있다.
윤 후보의 실언(失言), 부인 김건희씨 의혹,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발호 등 헤쳐나가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당장 치고 올라오는 안 후보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보수 색채 강화로 집토끼를 확실히 잡아 안 후보를 견제할 것인지, 아니면 ‘중도 빅 텐트 단일화’를 추진해 제3지대를 흡수 통합할 것인지, 전략 수립과 빠른 선택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 최근 윤 후보가 힘을 싣겠다고 약속했던 ‘청년 조직’을 실제로 어떻게 구성하고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작년 31일 긴급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도 변수다. 박 전 대통령은 내달쯤 신병 치료를 마친 뒤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와 구속’ 등 윤 후보와 소위 ‘구원(舊怨) 관계’로 얽힌 박 전 대통령이 ‘정권 교체 우선’을 강조할지 ‘윤 후보 심판’을 촉구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아킬레스건인 ‘탄핵의 강’을 하루속히 건너고 싶을 윤 후보로서는, 이에 대비해 방책을 미리 준비하거나, 경청과 통합의 자세로 나아가는 행보를 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