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뉴스1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고 카자흐스탄 소요(騷擾) 발발로 아시아 대륙 전체에 전운(戰雲)이 감도는 가운데, 소위 ‘양안(兩岸)’으로 통칭되는 중국과 대만의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특히 경제 성장으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이 아시아 내 미국의 영향력을 걷어내고 ‘해양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군사적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만을 비롯해 군도(群島) 국가들이 밀집한 남중국해, 일본과 분쟁을 일으키는 동중국해를 겨냥해 조금씩 진군(進軍)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대만은 예비 병력(兵力)의 실전(實戰)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우리나라의 국방장관격)은 오는 3월부터 동원(動員) 예비군의 새 훈련을 야전(野戰) 형태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작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중국 군용기(軍用機)가 958대에 달하는 등 중국의 무력시위가 계속되자 예비군 정예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과 인근 해양국가들의 긴장 상황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일까. 중국은 끝내 무력을 사용해 인근 국가들을 굴복시킬 것인가. 김인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작년 봄 국제관계 전문 학술지 《신아세아(新亞細亞)》 28권 1호에 게재한 논문 〈중국 국력 성장과 동아시아 해양 분쟁의 격화 가능성: 남중국해, 대만해협, 동중국해를 중심으로〉를 통해 살펴보자.

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중국 주변의 해상 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020년 4월 말 중국은 남중국해의 남사군도와 서사군도를 자국(自國)의 행정구역에 편입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베트남과 필리핀 등 분쟁 당사국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중국은 같은 해 9월 말 군용기를 40여 차례 대만의 공역(空域)에 출격(出擊)시켰고, 그다음 달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수차례에 걸쳐 침범했다.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991년 230억 달러 규모에서 2019년 2610억 달러로 폭증했다. 또한 군사 강국의 상징으로 불리는 항공모함 전단을 늘려가고 있다. 2012년 공식 취역(就役)한 랴오닝함에 이어 2017년 두 번째 항공모함이 진수됐다. 세 번째 항공모함도 곧 진수될 예정이다. 중국은 군사력 증강에 있어 특히 미사일 전력(戰力)을 중시하고 있다. 제2포병으로 알려진 지상 배치형 탄도순항미사일 부대를 ‘로켓군’으로 개명했고, 육해공군과 대등한 독립 군종으로 승격시켰다. 중국은 핵탄두(核彈頭)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 아니라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도 고도화시키고 있다. 현재 중국의 중단거리탄도미사일 중 ‘둥펑-41’은 미국 본토를, ‘둥펑-16’은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중국의 미사일 능력은 이른바 미국에 대항한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며 “지역거부는 제1도련선이라고 알려진 남중국해와 대만, 오키나와 제도, 한반도 그리고 일본 남서부를 대상으로 하며, 반접근은 일본 동부에서 괌, 그리고 파푸아뉴기니와 호주 서부를 비롯한 서태평양 지역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제1도련선 내의 기존 영토 분쟁 지역뿐 아니라 괌, 하와이 등 서태평양 일대에 위치한 미국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공격권 내에 포함하는 중장거리 미사일들을 다수 개발하고 배치해 놓은 상태”라며 “중국이 의도하는 바는 아태 지역에서 미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해공군력과 원거리 기동 능력을 무력화시켜, 미국의 지역 분쟁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군사력과 관련해 또 다른 관심사는 중국의 국방 개혁이다. 특히 육군 중심의 전력 운용이라는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는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일례로 남사군도를 책임지는 남부전구의 경우, 중국 역사상 최초로 해군 중장(中將)을 사령관(司令官)으로 임명했다. 해군 제독을 남부전구사령관에 임명한 것은 세 가지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중국이 내륙 중심 전략에서 해양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상징적 조치다. 

둘째,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국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해군 중심의 합동작전체제 구비에 나섰음을 시사한다.

셋째, 향후 중국이 ‘전략적 전선은 중국 근해를 넘어서 원해로 확대될 것’이라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현재 중국은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그리고 남중국해 이 세 지역에서 주변국들과 해양 영토 분쟁을 겪고 있다.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해양 영토 분쟁 중 가장 중요한 지역은 대만이다. 1949년 모택동과의 내전(內戰)에서 장개석의 국민당이 대만으로 패퇴한 이후, 본토 중국에 있어 대만은 미완성된 통일의 상징이다. 중국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만의 문제는 협상 불가한 의제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에 관련된 사항이다. 중국은 대만의 독립 시도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실제로 대만에 대해서는 1955년과 1958년, 그리고 1996년에 무력 사용이 있었다. 동중국해에서는 센카쿠/조어도에서 일본과 대립하고 있다. 1949년부터 약 60년간 이 도서(島嶼)와 관련한 분쟁은 미미했지만, 2010년 하반기부터 격화되기 시작했다. 남중국해에서는 지역 도서들에 대해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필리핀 등 다수의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갖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이 독립할 시 무력 사용도 불사하지 않을 것이라 천명했는데 실제 대만을 조준하고 있는 1500여 기의 미사일들이 그 의지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중국이 펼칠 수 있는 전략은 대규모 공습(空襲)과 미사일 공격으로 대만의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를 파괴하고, 지휘통제부를 무력화한 후 상륙(上陸) 작전을 통해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무엇보다 대만이 중국으로부터의 공습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대만은 중국을 상대로 물적/인적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춰놓고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중국으로부터의 공격 움직임이 있을 때 대만은 이를 미리 간파하고 중요 전략 자산을 피신시킨 후 반격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례로 대만 군부는 중국으로부터의 대규모 공습으로 인한 자국 공군기지의 활주로 피해의 경우, 단 몇 시간 안에 복구시킬 능력이 있음을 자신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2013년 인민해방군이 시현해 본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중국의 몇 시간에 걸친 미사일 공격도 대만 공군을 무력화시키지는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의 공군 능력이 중국의 미사일 공격과 공습을 견뎌낼 경우, 중국이 상정하는 대규모 상륙 작전은 어려워진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행사하는 영향력 또한 중국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중국이 국력 신장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에 걸친 영토 분쟁에서 급격한 현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파괴를 목표로 하는 권위주의적 라이벌이라고 비판해왔는데, (현) 바이든 외교팀 역시 이 진단에 동의하고 있다”며 “바이든이 내세우고 있는 것은 기존 동맹과 협조하고, 가치 공유국들과 연대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계획이다. 즉,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동맹국과 협조하면서 양자적 압박보다는 다자주의의 규범을 활용하면서 중국에 대항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은 향후 ‘중국의 해양 패권 야심’이 아래와 같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이 해양 분쟁 지역에 대한 물리력 사용에 소극적이라는 것이 영유권 경쟁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분쟁 영역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을 확장해나갈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두 가지 전술을 활용해왔다. 첫째는 ‘기정사실화’다. 상대국이 대응하기 전 제한적 목표를 달성하는 행위를 가리키는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다른 나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공 섬을 건설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둘째는 ‘양배추 작전’이다. 민간 어선 및 민병대 선박을 국가의 의도대로 동원해 분쟁 지역을 에워싸는 전술이다. 

중국의 분쟁 지역에 대한 영유권 확보 노력은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지속될 것이다.

첫째는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이다.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통해 대만의 독립 시도를 억제하는 동시에, 미국 해군과 공군의 지역 접근 능력에 부담을 지우고자 할 것이다.

또한 공군력과 해군력의 개발과 증강을 통해 분쟁 지역에서 분쟁 당사국들에 대한 군사적 우위 확보를 도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