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이 신년 벽두부터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시사하며 대미(對美) 위협의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북(對北) 안보 태세를 지적한 과거 논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2013년 3월에 발간된 《국방연구》 제56권 제1호 논문 〈북한 核미사일 공격 위협 시 한국의 대안과 대비 방향〉(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이 바로 그것이다.
논문은 “2002년 북한은 우라늄을 통한 핵 개발을 시인하기도 했다. 2010년 11월 북한은 핵 과학자 헤커를 비롯한 미국의 학자들에게 1000여 기 규모의 고속 원심 분리기를 구비한 우라늄 농축 공장을 공개하기도 했다”며 “2013년 2월의 3차 핵 실험이 우라늄탄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은 “우라늄탄은 미사일 탑재를 위한 소형화에 유리하고, 북한은 우라늄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일 경우 북한은 소형화된 핵무기를 상당한 숫자로 계속 생산해낼 수 있다”며 “이러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해 한국의 모든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은 한반도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800~1000기의 다양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로서 한국군은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은 “(그럼에도)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응징 보복할 수 있는 비핵 전력은 상당한 정도다. 야포 5300문, 다련장포 200문, 지대지미사일 30문, 전투함 120척, 잠수함 10척, 전투기 460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 지역에 상당한 피해를 가할 수 있다. 또한 한국군은 2012년 10월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 기존의 300km였던 사거리를 북한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도록 800km로 연장했다”고 진단했다.
논문은 효과적인 대북 대응을 위해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대응 방안에 관한 토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경우, 북한의 핵에 관해서는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초점을 맞춰 토론해온 것이 사실이고, 반미의식에 편승한 미사일 방어망 구축 반대의 논리로 인해 미사일 방어에 관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북한이 체제 안정을 도모한다거나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식으로 북한의 의도 분석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능력을 분석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북한 핵 미사일로 엄중한 상황이 조성됐다면, 안보 논의의 대부분은 그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안 모색에 두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논문은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공격에 대한 충분한 응징 보복은 불가능하지만, 부분적인 응징 보복은 고려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경우 한국은 북한의 수뇌부를 공격할 것이고, 그를 위한 능력을 구비하고 있음을 입증할 경우 북한 지도층은 핵무기 공격을 주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은 당시 이라크 지도자였던 후세인의 제거에 모든 노력을 집중한 결과, 후세인은 도피에 바빠 이라크군의 대응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다. 결국 발견돼 사살됐고 이로써 이라크전의 향방이 결정된 사례가 있다”고 논했다.
논문은 “북한의 경우에도 지도자의 개인적 안위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협은 북한 지역의 어느 한 도시를 핵무기로 응징 보복하는 것보다 더욱 큰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은 “다소 지체된 측면이 있지만,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거리의 폭정’이라는 표현처럼, 북한과 접경하면서 종심이 짧은 한국의 입장에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유효성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아무런 방어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최소한 수도 서울과 주요 전략 시설을 방어할 수 있도록 PAC-3 체계를 조기에 도입할 필요가 있고, 한국의 상황에 부합된 미사일 방어망의 그림을 완성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논문은 “바람직한 전략은 최악의 상황까지도 상정해 필요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전사(戰史)를 보면 절대로 공격하지 않을 것 같던 적이 공격하고, 상상할 수 없던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며, 전혀 예상하지 않던 장소로 기습하는 사례로 가득 차 있다”며 “더구나 의도는 금방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 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에 이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국가 안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지금까지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안 강구를 무의식적으로 회피해온 측면이 있다.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통해 통일을 달성하겠다는 희망이 워낙 큰 탓도 있지만,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현실은 눈을 감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6자회담을 비롯한 외교적 해결을 희망하거나 미군의 확장 억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