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가 《한국경제포럼》 제13권 제4호에 게재한 논문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의 개혁·개방 평가〉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도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머지않아 ‘개혁·개방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 교수는 “종합적으로 김정은 시대의 개혁·개방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본 연구에서 정의한 개혁·개방의 시각으로 본다면 아직 북한 경제는 개혁·개방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개혁이란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자유화 및 사유화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 자체의 근본적 변화여야 하나, 사유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주’가 등장하고 개인 소유의 부동산이나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문자 그대로 ‘실질적’인 소유일 뿐 ‘제도적’인 사적 소유의 인정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중앙집권적 계획을 완화하고 개별 경제 주체들의 결정 권한을 확대하는 분권화가 진전되고 있으나, 이 역시 자유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국가계획은 남아 있으며, 생산 현장에서도 기업소지표나 농장지표보다는 중앙지표의 수행을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즉 생산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 차원에서 자율성을 확대한 것일 뿐, 공식적·제도적으로 계획을 철폐하고 수요와 공급에 의거한 가격 메커니즘을 도입한 것은 아니다. 개방의 경우도 20여 개의 경제특구가 새롭게 북한 전역에 설치됐으나, 외부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경제특구의 확대일 뿐 국제적 규범의 이해와 국제분업의 이익 획득 차원에서 국내 경제 제도·정책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다”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즉 전반적으로 볼 때 자유화와 관련한 진전이 초보적으로 있긴 하지만, 사유화 및 개방은 아직 의미 있는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김정은의 최근 발언을 보면 아직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2021년 1월 당 대회 보고에서 김정은은 북한 경제의 구조적·근본적 문제인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방과 관련해서도 ‘국가 경제의 자립적 구조를 완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의 변화는 본 연구에서 정의한 개혁·개방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적으로도 개혁·개방이 체제 유지에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조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방향성의 측면에서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은 자기 시대의 슬로건으로 ‘선군’을 버리고 ‘병진’, 그리고 ‘선경’까지 선언한 상황”이라며 “최고 지도자로서 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는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실제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애민’에 투철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제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개혁·개방을 통해서만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실현할 수 있다. 시장 기능의 효율성과 분권화의 효용을 경험한 북한 기업과 주민들도 과거로의 회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독재 정권이라 하더라도 사회주의 기업 책임 관리제나 포전 담당 책임제처럼 이미 법제화하고 적극적으로 선전해 온 정책들을 완전히 없던 것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다. 경제 문제의 해결 없이는 체제의 안정적 유지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북한 경제가 처한 딜레마다”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결국 아직 북한이 공개적·공식적으로는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있으며, 외형적으로도 개혁·개방이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갈수록 개혁·개방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방향 자체는 개혁·개방을 향해 있다”며 “변화 자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범위와 속도의 문제만 남아 있다. 지금은 개혁·개방의 날이 오기 전날 밤이다”라고 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