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권에서 중진 등 다선(多選) 의원의 출마를 제한하는 성격의 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경륜(經綸) 있는 의원들이 국회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과거 학술논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가전략》 2010년 제16권 4호에 실린 논문 〈국회의원 당선 경력과 국회 운영 인식의 차이〉에 따르면, “국회 운영 발전에 있어 초선(初選) 의원의 대거 진입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논문은 “설문 자료를 통해 18대 재선(再選) 의원이 17대 초선 의원이었을 때와 ‘국회 운영 의식’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논문은 “이 글은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그동안 제시됐던 인적 구성의 변화나 제도 개선의 도모는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 착안, 오히려 초선 의원들의 과도한 국회 진입이 국회의 경직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가능성을 경험적으로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 결과) 초선 의원들이 명문화된 규정을 통한 국회 운영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국회의 자원 배분에 있어서도 정당 지도부나 선임 우선의 원칙보다는 의원 개인의 전문성이나 요구 사항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 재선 의원보다 강했다”며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에 비해 제도적 규제 강화에 훨씬 적극적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일관성 있게, 같은 정당인 경우에, 초선 의원들이 제도적 방안의 모색에 재선 의원들보다 더 큰 기대를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논문은 “이러한 결과의 함의는 국회의 경험이 있는 의원들이 초선 의원들에 비해 국회 운영은 제도적 규제보다는 합의와 타협이 중시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초선 의원들은 재선 의원들보다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제도적 구제 장치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은 타협 중심의 국회라는 집단의 특수성보다, 경쟁이 승리와 패배로 귀결되는 집단 간 관계의 일반성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했다.
논문은 “결론적으로 재선 의원들과 비교했을 때, 초선 의원들이 관습과 불문율을 덜 중시하고 개인적 요인에 의한 의정활동의 성향이 강해 정당 리더십을 통한 정당 간 협상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선임자에 대한 배려가 적고 정당 지도부에 대한 존중이 크지 않은 초선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이들이 개인적 판단에 의한 다양한 요구들이 표출된다면 이는 정당 내 이질성이 높은 것을 의미하며, 리더십의 방향은 강경책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이어 “왜냐하면 상대를 적대시할수록 내부적 결속을 유지하기 쉽고, 리더십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논문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초선 의원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다는 것은 초선 의원들이 국회의 다선 의원들이나 정당 지도부에 대한 존중보다는 이들을 구태의연한 정치인으로 인식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며 “그 결과 정당이나 국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때, 혁신을 외치는 주체가 초선 의원들인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재선 이상의 의원들이 갖는 ‘의회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이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국회, 혹은 지속성을 갖는 국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진적 발전의 논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논문은 “정치 신인은 신선하며, 정치 중진은 ‘때 묻은 정치인’이라는 도식 속에서 국회의 경험이 축적·전수되지 못하고, 항상 새로운 시도를 덕목으로 간주하는 현실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의 발전 방향은 현행과 같은 규범적 처방이 아닌 객관적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