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오는 3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의 고질병(痼疾病)으로 꼽히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정가(政家)에서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와 관련 심층 연구를 진행한 학술 논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민윤리연구》 제50호에 게재된 〈제왕적 대통령론: 그 특징과 원인을 중심으로〉가 바로 그것이다.

논문은 “한국 정치가 당면(當面)한 많은 문제점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일 것이다. 한국 정치 발전의 최우선 과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해소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원인은 단일 변수보다는 내재적 요인과 외재적 요인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논했다.

논문은 “개인적/심리적 차원에서 대통령 개인의 개성, 성격, 세계관, 행위양식 등 비공식적/개인적 요인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권위주의적 성격과 깊은 연관이 있다”며 “조직적/제도적 차원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의 원인을 권력 분립의 한계, 대통령과 국회, 대통령과 국무총리, 대통령과 정당, 대통령과 청와대 등과의 관계에서 살펴봤다”고 밝혔다.

논문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의 요인은) 대통령 1인에게 정치권력이 집중된 면도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법과 제도만을 탓할 수는 없다”며 “제도와 조직의 운영에 더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국회는 다른 나라 의회보다 법적/제도적으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을 보장받고 있으며, 국무총리에게 행정권의 일부를 위임해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지위와 역할을 부여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정당도 당헌/당규에는 민주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1인 보스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또한 청와대가 대통령의 힘을 믿고 국회, 정당, 내각에 군림하는 과도한 역할과 권한을 행사하거나 과잉 경호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며 “조직과 제도도 문제지만 구조가 수직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제왕적 대통령의 극복은 어려운 과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논문은 “제왕적 대통령의 원인에 대한 정량분석을 시도하지 않는 한, 어느 요인이 가장 강력한 동인(動因)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은 조직적/제도적 요인보다는 개인적/심리적 변인과 정치문화의 비중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대통령 개인의 성격이나 리더십 유형과 관련이 있으며, 또한 조직적/제도적 차원에서 제기한 많은 문제점의 본질에는 정치문화적 요인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제왕적 대통령의 원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한 요인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제왕적 대통령을 해소하는 방법도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인적-심리적 차원에서는 대통령 자신이 민주적-합리적-탈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제도적 대통령이 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전제군주와 같이 군림한다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논문은 “국회의 전문성 향상, 국회의 예산 편성권 부여, 국회 내에 회계 감사원의 설치, 인사청문회 대상의 확대, 국회의장의 리더십 확립, 국회의 교차투표 보장, 책임총리제 도입, 대권/당권 분리, 상향식 공천 제도의 도입과 정당의 민주화, 청와대 기능의 조정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 입장에서는 제왕적 자질이 적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총선에서는 여소야대인 분할정부를 선택해 입법권과 행정권을 상이한 정당에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논문은 “그리고 시민사회에 의한 제왕적 대통령 비판과 감시의 강화 등이 요구된다”며 “그러나 장기적이면서 보다 근원적인 해결 방안은 정치문화의 발전에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