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TV조선 캡처

정치인은 '말'로써 자신의 정견과 이념, 정책 비전을 표출한다. 대통령도 국가원수이기 전에 정치인이다. 대통령의 말은 국민을 청자(聽者)로 한 이른바 '대국민 담화문'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2018년 발간된《사회과학연구》 제29권 2호에 실린 논문 '대통령 담화문에 나타난 보수와 진보의 언어사용 특성분석'에 따르면, 정치 성향에 따라 담화문 속 대통령의 언어 표현이 달랐다. 어휘와 문장은 물론 단어와 절을 구성하는 품사 사용 또한 차이가 있었다.

논문은 먼저 "본 연구는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언어적 특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2013년 이전에 대통령직을 역임한 4명의 대통령들의 담화문 분석을 실시했다"며 "연구에 사용된 담화문은 온라인 대통령 기록관에서 제공되는 자료 중 정치, 경제, 행정, 외교, 대북, 교육의 6개 주제에 걸친 총 167개의 담화문이었다"고 밝혔다.

논문은 "분석 결과, 두 유형의 대통령 담화문 간에는 문장 수나 어절 수에 있어서 차이가 없었지만, 문장 내에서 진보적 대통령의 담화문에 비해 보수적 대통령이 더 많은 어절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결과는 진보적 대통령에 비해 보수적 대통령의 담화문이 더 복잡한 문장 형태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담화문의 내용이 세부적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길고 복잡한 문장을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고 논했다.

논문은 "보수적 대통령들은 담화문에 동사 중심의 구체적 문장들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에 반해, 진보주의적 대통령들은 담화문에 형용사 중심의 추상적 문장들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또한 네 명의 대통령 중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이 가장 동사를 많이 사용하고 형용사를 가장 적게 사용했다. 이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이 형용사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동사를 가장 적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이 같은 결과는 네 명의 대통령 중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본 연구에 따르면, 보수적 성향을 가진 대통령들은 담화문에서 동사와 같은 구체적 언어를 주로 사용하며 그 결과 좀 더 복잡한 형태의 문장을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진보적 성향의 대통령은 담화문상 메시지를 표현함에 있어 형용사와 같은 추상적 언어를 주로 사용하며, 그 결과 좀 더 단순한 형태의 문장을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논문은 "이 같은 결과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간에 다양한 영역에서 차이가 있는데, 언어적 메시지 사용에 있어서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본 연구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자신의 이념을 설파하는 언어적 메시지 사용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고 밝혔다.

논문은 "즉 우리 정치 체제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의 사상적 표현의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고 부연했다.

논문은 또 "보수적 신념은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이나 복잡한 것을 피하고자 하는 경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보수주의자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불확실하거나 위협이 오면 불확실성이나 위협으로부터 오는 손해를 방지하고,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현 체제를 정당화하려는 사회인지적 동기(social-cognitive motives)가 증가해 정치적으로 보수주의적 신념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이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보수주의자들은 그들의 내면에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하는 사회인지적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구체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