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9일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점쳐지고 있다.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위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공동정부 운영’ ‘실권총리 임명’ 등 조건을 놓고 타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후보 등록일인 오는 13~14일 전에 단일화를 마무리 짓겠다는 게 1차 목표다. 투표용지에 각기 후보가 명기된 이후 단일화할 경우 사표(死票) 발생 등으로 표 손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지 인쇄 전(28일 이전)에는 사퇴한 후보에 ‘사퇴’가 표기되나, 인쇄 후에는 투표소 안내문에만 사퇴 후보를 표기한다. 후보 등록 이후에는 어느 쪽이든 사후 절차가 번거로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가(政家)와 언론계에서는 ‘권력 분할’을 기초로 한 단일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른바 1997년 제15대 대선 때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 그 모델이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후보가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에 맞서 ‘연립 정권’ 출범을 목표로 후보 단일화를 한 것.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김종필 후보를 내각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소위 실세 총리로 지명하고 양당(兩黨)이 공동 정부를 이끈다’는 게 단일화 합의안이었다. DJ 정권이 수립된 이후 JP는 청문회 파동에 의해 ‘총리 서리’ 신분으로 곤욕을 겪고 내각제 개헌 합의도 무산된 바 있으나, 실제 양측은 약 3년간 ‘연립 내각’을 구성한 바 있다.
현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이와 유사한 단일화 방안을 놓고 협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 후보를 책임총리로 지명하거나, 내각 구성 권한 일부를 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구상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디지털 총리’에 지명된 안 후보가 이끌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단일화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국민의힘은 지금부터라도 당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며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15일간의 단일화 협상을 거쳐 선거운동 시작 이틀을 앞두고 극적으로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지금은) 들쑥날쑥한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자강론을 펼칠 만큼 여유로운 대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도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윤석열, 안철수는 책임총리로 담판하라. 양보하지 말고 ‘밀당(밀고 당기기)’하지 말고 함께 책임지는 결단의 정치를 하라”며 “그것이 정권 교체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초박빙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안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 때가 됐다”고 말하며, 대선 후보 마감일인 오는 14일을 단일화 시한으로 내세웠다. 그는 ‘윤·안 공동정부 수립 시나리오’에 대해 “당연히 가능하다. 못 할 게 뭐가 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후보 본인도 단일화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4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에선 내가 단일화에 대한 절박함이 없다고 하고 여권은 단일화를 부추기는 척하지만, 내가 판단할 문제”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단언했다. 윤 후보는 “단일화는 지지율을 수학적, 산술적으로 계산할 문제가 아니다. 단일화를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DJP 연합’을 거론했다. 그는 이를 통해 “권위주의 정부가 DJ에 씌운 용공 이미지가 JP와 손잡음으로써 완전히 씻겼다”고 말했다.
반면 안 후보는 국민의힘 측의 단일화 압박에 일단 버티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디지털경제연합 주최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대선 후보 초청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 문제(단일화)는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는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며 “계속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겠다. 저의 도덕성, 저의 가족들, 또 여러가지 분야에 대한 정책적인 준비나 파악 정도에 대해 국민들께 제대로 알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