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TV조선 캡처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정국에서 조기 대선으로 집권(執權)한 문재인 정권이 5년 임기를 마치고 내달이면 물러난다. 문 정권의 국정 운영 능력과 통치 성과에 대한 대중과 역사의 평가는 각기 다르겠으나, 가장 도드라지게 비판받아온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바로 ‘팬덤정치’다. 이른바 ‘문빠’라는 별칭으로 지적돼온 현 정권의 강성 지지층 ‘문팬’은 그간 우리 정치·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여론을 분열시키고 민심을 오독케 한 원인인가, 강력한 국가 통치를 가능케 한 정치적 기반이었나. 정권이 문팬의 눈치를 보며 흔들렸는가, 아니면 문팬이 정권을 쥐고 흔들었는가. 

문팬, 즉 ‘문재인 팬덤’의 실체를 분석한 논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작년 《시민사회와 NGO》 제19권 제1호에 실린 당시 오현철 전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의 논문 〈문재인 정치팬덤의 복합적 성격〉이 바로 그것이다.

오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문재인 팬덤은 복합적이고 집단적인 경험의 결과다. 팬덤 속에는 참여 문화를 만든 사회적 경험, 아이돌 팬덤에 참여한 문화적 경험, 노사모와 노무현의 죽음이라는 정치적 경험이 결합돼 있다”며 “2000년 이후에는 한국 사회가 성취한 ‘미디어 수렴, 청중의 질적 변화, 활발한 참여 문화’가 팬덤을 육성한 밑바탕이 됐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정치인 문재인은 브랜드 감성화를 통해 팬덤에게 호소했다. 셀럽으로서의 문재인과 팬덤의 관계는 상호작용적이어서 셀럽이 브랜드 감성화 전략으로 팬덤에게 호소하면 팬덤은 다양한 반응을 통해 그 페르소나를 풍부하게 확장했다”며 “‘문재인 브랜드’는 ‘달님’, ‘젠틀재인’, ‘문바마’ 등으로 호명되며 팬덤들이 ‘꽃보다 대통령’을 외치게 한다. 문재인 팬덤은 정치 참여와 세력화 측면에서 단기간에 전례 없는 성과를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이들은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2019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에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뛰어난 동원력을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아래로부터의 의사결정이라는 한국 정치에서 전례 없는 성과를 이뤘다”며 “문재인 팬덤에는 문화팬덤의 특성과 스포츠팬덤의 특성이 중층적으로 결합돼 있다. 스포츠 팬덤적 특성으로는 각 단계에서 집단기억, 확증편향, 권력추구, 정치의 개인화, 집단 극단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문재인 팬덤의 활동에서 문화팬덤이나 오바마팬덤과 차이를 만드는 주요한 원인은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과 죽음이라는 집단기억에 있다. 문재인 팬덤은 노무현의 죽음에 부채의식을 갖고 있으며, 그 부담감을 덜기 위해 ‘내가 아니라 그들이 죽였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며 “그리고 이 생각이 ‘맞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옳다는 맹신’으로 발전하고 확증편향으로 굳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 문화팬덤의 특성인 ‘비판적 거리’를 무시하고 셀럽인 문재인에게 감성적으로 매몰됐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또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팬덤의 속성에 의해 대부분의 활동에서 전략적인 행위를 앞세운다. 언행일치의 규범을 배척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한경오’에게 핍박받고 조국은 적폐세력의 희생자라는 편향적인 판단을 하며,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배신자’로 공격한다”며 “시민사회의 공론장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비판적인 사람에게 SNS에서 ‘좌표찍기’로 공격적인 비난을 하며, 비판적인 기자를 ‘기레기’로 비하하고 해당 언론사를 대상으로 절독운동을 편다. 이러한 팬덤 활동은 정치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단언했다.

오 교수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 같은 구호에는 셀럽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팬덤의 다짐이 들어 있다. 권력자 앞에 당당한 주권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셀럽이 통치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복종의 다짐이다”라며 “이 다짐은 국민주권과 법치주의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서 퇴행해 권력자 개인의 뜻대로 통치하는 봉건적 퇴행을 가져올 수 있다. 문재인 팬덤의 도덕관에서 언행일치 규범을 배척하는 문재인 팬덤의 기준은 이중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자녀의 입시부정 문제를 조국의 잘못이 아닌 입시제도 탓으로 돌린다. ‘내 잘못은 상황 탓, 남 잘못은 그 사람 탓’이라는 기본적인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에 빠져 있다”며 “문재인 팬덤은 일반인들의 도덕과 상류층의 도덕을 구분하고 상류층인 조국의 행위를 일반인의 도덕성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을 거부한다. 문재인 팬덤 중 많은 사람들이 상류층이 아닌데 상류층이나 누리는 조국의 특권을 인정하고 용인한다”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팬덤의 편향적 인식이 계급배반적 도덕관을 불러왔다”며 “지금까지의 분석과 요약에 따르면 문재인 팬덤은 정치동원에는 성공했으나, 정치문화 발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