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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임박하면서 유라시아 대륙에 전운(戰雲)이 감도는 가운데, 글로벌 패권(霸權)을 추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0년 가을 《중소연구》 제44권 제3호에 실린 당시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 및 중국연구센터장의 논문 〈시진핑 ‘신시대’ 중국의 정치체제: 당 국가체제의 ‘진화’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권위주의 체제의 등장〉에 따르면, 시진핑 정권은 집권 이래 권위주의 체제의 새로운 진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것은 ‘법의 통치’가 아닌 ‘공산당 정권의 영도력(領導力)’을 중시하는 노선이다.
이정남 교수는 위 논문에서 “중국 공산당은 ‘중국식’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으로 ‘공산당의 영도, 인민주권(人民当家做主), 법치라는 3가지 구성 요소의 유기적 결합’이라는 원칙을 제기하고 있다”며 “시진핑 정권 등장 이후 현대적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이라는 이름 하에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중국식 정치체제 모델’은, 민주주의와 헌정주의 원리가 관철되지 못한 공산당의 일원적 통치에 기반을 둔 강화된 권위주의 체제다”라고 규정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현대 정치체제는) 공산당만이 권력에 대한 집권이 가능하며, 공산당에 사실상의 세습적인 통치 지위가 부여되고 있다”며 “비록 공산당 외에 8개의 민주당파가 국가 업무에 참여하고 있지만, 민주당파는 권력을 집권할 수 없다. 공산당 영도 하에 공산당의 집권을 도와서 협력하고 협상하는 관계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결국 자유민주주의 길을 배제한 중국의 정치체제 모델은 전통적 당국가체제의 자기 우량화 과정이고, 민주주의 원리와 헌정주의 원리가 아닌 ‘공산당-민본주의’ 원리에 기초한 공산당 영도의 권위주의 체제로 볼 수 있다”며 “물론 이것은 황제나 개인이 아닌 공산당이라는 공식적인 조직에 기초한 통치라는 점에서 ‘황제-민본주의’와 다르다. 그러나 법치에 기초한 통치를 강조하지만, 고대 제왕의 법치와 유사하게 공산당이 입법을 영도하고 법 집행을 보장하며 사법을 지지하고 법을 지키는 데 앞장선다”고 논했다.
이 교수는 “결국 인민의 정치 참여는 인민 스스로 참여를 통해 지도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의사 개진(협상민주)에 불과하고, 통치 지도자는 당에 의해서 육성되고 선발됨으로써 인민이 아닌 ‘공산당이 통치 지도자에 대한 결정권이 있음’을 의미한다”며 “시진핑의 지적대로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에서, 당은 모든 것을 이끄는 영도 권력으로, 공산당의 권력은 분할될 수 없는 일원적인 영도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권력 기관 간의 권력 분할에 기초한 견제와 균형의 논리는 부정되고, 권력의 운영에서 정책 결정, 집행, 사법 등의 권력 기관은 업무 분담과 상호 업무 조율을 할 권한을 지닐 뿐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일정 시기에 민주주의와 헌정논리가 결합된 ‘정치 제도화의 길’로 가기 위한 일련의 실험들이 행해졌다”며 “이런 논쟁과 시도들은 시진핑 시대의 등장과 함께 정치 변화를 둘러싼 담론의 중심에서 사라진다. 대신에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방위적 영역에서 공산당의 일원적인 통치 지위가 강조되면서 ‘강성’ 권위주의 체제가 등장한다”고 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