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2월 16일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전날 선거 유세 버스에서 숨진 국민의당 당원 빈소를 윤 후보가 조문하면서 성사됐다. 사진=조선일보DB

내달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된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측 유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야권 단일화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최근 국민의힘에서 안 후보를 겨냥한 단일화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그간에는 ▲연립내각을 골자로 한 공동정부 합의론 ▲디지털 내각 운영 전담 총리 ▲실권·책임총리제 ▲차기 당권 배려 등이 거론됐으나, 이번에는 ‘차기 대권’ 즉 2027년 제21대 대선 로드맵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미래 보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안철수 후보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정치적 지지를 보내고, 기반을 조성해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는 이미 대권에만 세 번째(2012·2017·2022) 도전하면서 ‘1인자로서의 야망(野望)’을 키워온 안 후보의 정치적 목표를 고려한 방안이다. 실권 총리나 집권여당 대표 모두, ‘통치자’를 꿈꾸는 그가 만족할 만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차제에 차기 대권을 보장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겠다는 게 현재 국민의힘의 계산으로 관측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MBC 라디오 –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치를 계속해야 하는 안 후보가 단일화를 모색하는 이유도, 결국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명분을 찾는 과정일 것”이라며 “경쟁적 단일화보다는 더 나은 명분을 제시할 수 있는 예우가 있지 않겠나, 이런 차원의 메시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도 정치를 오래 하셨기 때문에 본인과 같이하는 세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선, 나름의 시나리오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TBS 라디오 –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제가 알기로 안 후보도 정부 각료 배분이라든가 책임총리라든가 이런 관직에 대해서 원하거나 그런 사소한 계산을 하는 분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이) 대통령 빼고는 다 주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 보면 (안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가 실패하셨다”며 “저희들은 약속뿐만 아니라 앞으로 안 후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미래상을 함께 이루어가는 데 크게 도움을 드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가 안 후보 측을 끌어당길 만한 조건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는 생물(生物)’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한국 정치에서 “5년 뒤의 일을 누가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 같은 약속을 문서로 남긴다 해도, 선거 때마다 요동치는 정국에서 원래의 효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차기 대권 로드맵을 위해 정계개편과 합종연횡 등으로 정치적 기반 조성이나 세력 규합을 도와주겠다는 조건 역시, 현 의회 구도로 봤을 때 낙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고, 정권 교체가 돼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 된다고 해도, 의석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우세한 이른바 ‘여소야대’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여당 주도의 의회 세력 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등 안 후보 측으로서는, 당장 다음 정권에서 내각 통할권을 부여받는 실권총리 제안만도 못한 조건으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최근 유세 과정에서 인명사고 발생으로 안 후보의 입지가 여러모로 위축된 상황인 데다,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선(先)제안’했던 것도 국민의힘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윤 후보로 세가 서서히 기울게 되면 안 후보 측 역시 여러 조건의 장단점에 매몰되는 ‘거래적 단일화’가 아닌, 순수한 정권 교체 열망을 담은 추대 및 지지 선언 방식의 ‘순조로운 단일화’를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최신 여론조사상에서 ‘3자 출마’를 가정해도 윤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올라가고 안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인 점을 감안한다면, 윤 후보가 굳이 단일화를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도 있다. 현 시점에서 여유가 많지 않은 안 후보 측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안 후보는 유세 사고 관련 장례 절차 일체를 마무리한 후 이번 주말경에 선거운동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1일 예정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첫 법정 토론에도 참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향후 안 후보가 국민의힘 측 제안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