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단일화 철회를 밝혔다. 안 후보는 지난주 본인이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기자회견으로 제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제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는 더 기승을 부렸고 일부 언론들은 더 적극적으로 편승했다. 심지어는 저희 당이 겪은 불행을 틈타 상중(喪中)에, 후보 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정치 모리배 짓을 서슴지 않았다”며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고자 한 제 진심은 상대에 의해 무참하게 무너지고 짓밟혀졌다. 지난 일주일간 무대응과 일련의 가짜뉴스 퍼뜨리기를 통해 제1야당은 단일화 의지도, 진정성도 없다는 점을 충분하고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질타했다.

안 후보의 이 같은 전격 단일화 결렬 선언 배경에는 앞서 언급된 이유 외에도 국민의힘 측의 ‘또 다른 공세(攻勢)’에 대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중앙일보》는 “국민의당 측에 따르면 안 후보는 ‘후보 사퇴설’이나 6월 경기지사 출마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사퇴한다는 ‘대가설’ 외에도 ‘안 후보가 자금 문제로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야당 일각의 주장에 분노를 드러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가 전날 이 문제를 언급하며 ‘소설도 이런 저급한 소설이 있느냐’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서 안 후보의 이른바 ‘출마 비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해온 인사는 이준석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YTN 라디오 -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15일부터는 유세차가 돌아야 하고 현수막이 붙어야 하고 선거 사무소에도 현수막이 붙어야 된다. 전국 255개 정당 사무소를 마련해야 하고, 다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라며 “만약 완주를 목표로, 당선을 목표로 하는 후보라면 여기에 상당한 투자 및 비용을 써야 한다. (그러나)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안 후보 쪽의) 그런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7년 대선을 치르실 때는 안 대표가 교섭단체 후보를 지내셨기 때문에 그것(부대비용)을 정당 보조금이나 이런 것으로 다 써버렸다. 그때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보다 돈을 더 많이 썼다, 60억을 썼다”며 “그 정도로 풍족하게 선거를 치르다가 지금은 모든 것이 사비(私備)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이 과거에 비해 당원 수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비(黨費) 수입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따라서) 선거를 완주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또 ‘사비로 감당하고라도 완주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선 비용이 많게는 500억 정도 된다. 아무리 최소화하더라도 당선을 목표로 하는 후보라면 100억에서 200억 정도 써야 한다”며 “(안 후보 측에게서는)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MBC 라디오 – 정치인싸’ 인터뷰에서도 “본인이 15% 이상의 득표를 받아서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가는 게 옵션인데, 그게 없는 순간 굉장한 부담”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지난 선거처럼 400억 원대 총지출을 안 후보가 감행하는 건 상당한 모험수”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안 후보 측 핵심 인사인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대선 광고비에 자기 돈 10원 한 푼 내지 않는다”며 “지금이 어느 때인데 국민의 혈세로 다른 당을 자극하는 금권정치 행태를 보이는가. 이준석 대표가 나이만 젊을 뿐 구태 정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대선에 국민 세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다. 국민의당은 돈 안 쓰는 대선을 치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의당도 대선 광고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처럼 세금이라고 함부로 대선 광고를 쓰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21일 《조선일보》는 “윤 후보는 안 후보와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위해 물밑 협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에서는 국민의힘 장제원·성일종·이철규 의원 등이, 안 후보 측에서는 신재현 선대위 상임고문,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최진석 상임 선대위원장, 이태규 총괄 선대본부장 등이 서로 접촉해왔다”며 “양측은 이 과정에서 안 후보가 새 정부의 총리직을 맡는 등 내각 구성 방안, 단일화 이후 양측이 합당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일화 협상 과정의 내막을 보도했다. 

본지는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 안 후보가 오전 10시쯤 회신 전화를 걸어 통화가 연결됐다”며 “윤 후보는 통화에서 ‘단둘이 만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후보 측 인사는 본지에 “안 후보가 ‘실무자부터 보게 하자’고 하자 윤 후보는 ‘그럼 실무자를 지정해 달라’고 답했다”며 “안 후보가 ‘실무자를 정해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면서 통화는 끝났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단일화’라는 표현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일정을 모두 비워놨었으나, 통화 2시간여 만에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언론에 알린 것이다. 해당 보도의 일부분을 인용한다.

〈안 후보의 이날 회견에는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말이 국민의당 안에서 나온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김 교수가 지난 18일 퇴원한 후 안 후보의 완주 의지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평소 안 후보 완주를 주장해왔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결렬된 만큼, 안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근래 ‘대여(對與) 투쟁’과 ‘반문(反文) 공세’를 이어오던 안 후보이기에 그 확률은 희박하지만, 2012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단일화하고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맡는 등 현 여권과도 연계해온 이력이 있기 때문에 이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20일 YTN 뉴스 논평에서 “(안 후보가) 독자 완주하기에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지금 법정 TV토론, 또는 라디오 연설을 하는데, 지난번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가 44회 모두 다 신청을 해서 100억 정도의 선거자금을 썼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단 한 건도 신청을 안 했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가 완주하기는 좀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현재 지지율이 갤럽에서 17% 갔지만 지금 8% 정도까지 떨어졌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완주를 한다면 한 5% 정도의 득표를 할 가능성도 남아있다”며 “그러면 완주해서 정치적인 미래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미래가 닫힐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가 ‘정치교체 그리고 세상교체’라는 명분으로 이재명 후보하고 단일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상정 후보까지 이런 구도에 참여한다면, 윤석열 후보 대 이재명, 안철수, 심상정 세 후보의 단일화로 대선 판세가 일거에 바뀔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