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대 대선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3일 아침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가 전격 성사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 지지하면서 후보직을 사퇴한 것. 두 사람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 좋은 대한민국을 위한 더 좋은 정권 교체’ 공동 선언에서 대선 후 합당(合黨), 정권인수위원회 출범 및 조각(組閣)에서 안 후보 측 인사권 보장 등 ‘공동정부’ 운영을 골자로 한 단일화 내용을 밝혔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극적 단일화는 전날 밤 TV 토론이 끝나고 윤 후보와 안 후보 측이 회동, 다음날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 끝에 이뤄낸 결과다. 그날 밤에는 윤 후보, 윤 후보 측 장제원 의원, 안 후보, 안 후보 측 이태규 의원 등 4인이 배석, 편의점 캔맥주로 주안상(酒案床)을 차려 ‘정권 교체 대의(大義)’에 찬동하는 회합(會合)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소는 안 후보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 모처의 장 의원 매형 집이었다.
안 후보는 새벽 회동에서 윤 후보에게 단일화와 관련한 질문을 직접 적어와 보였고, 이에 윤 후보는 ‘종이 대신 나를 믿어달라’며 정권 교체의 진심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역시 “그동안 정치하면서 만든 단일화 각서와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결국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고, 이에 윤 후보 역시 “맞다, 종이쪼가리 뭐가 필요하겠나. 나를 믿어라, 나도 안 후보를 믿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나아가 윤 후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대통령이 없지 않느냐. 날 대통령을 만들어서 성공시켜라”라며 “성공한 정권을 함께 만드는 게 당신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캔맥주를 따며 “이렇게 모였는데 ‘짠’ 한 번 하시죠”라고 말하는 등 분위기를 화목하게 띄우기도 했다. 이하 당일 대화 내용 일부를 재구성한 문장이다.
安 “저는 성공한 정부를 만들고 싶다.”
尹 “그 생각 저도 똑같다. 우리가 새로운 정부를 한 번 성공시키자. 그게 운명공동체 아닌가.”
安 “성공한 정부를 만들 구상이 있나. 180석 민주당을 어떻게 돌파할 건가.”
尹 “제 장점은 결정이 빠르다는 것이다. 근데 저는 결정을 독단적으로 하지 않는다. 앞으로 국정운영도 그렇게 하겠다.”
이날 윤 후보는 “사람을 널리 쓰겠다”고 약속하며, 양당(兩黨) 합당 방안에 관해서도 안 후보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나에게 맡겨 달라. 이준석 대표도 (합당 절차에) 동의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후보는 “만나니까 오해가 풀린다”고 했고, 안 후보도 “그렇다”고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