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개시(開始)된 가운데, 차기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공 요건에 대해 분석한 글이 화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전무를 역임한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은 재단 간행물 〈Hansun issue & focus〉 3월호에 ‘다음 대통령의 성공 조건’이라는 제하의 글을 발표했다.
이 총장은 해당 글에서 “지금 우리는 세계질서와 사회의 기본 틀이 바뀌는 세계사적, 문명사적 대변혁을 겪는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서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유권자는 비전과 시대정신을 담은 국정철학을 갖춘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이런 대통령을 뽑으면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면서 나라를 나락으로 빠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제 유권자는 당선 후의 국정운영까지 생각하고 투표에 나서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은 비전과 국정철학, 미래를 읽는 통찰력,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에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지도자이다”라며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 역시 국민통합을 비롯하여 주어진 과제를 회피하지 않고 도전하고 책임지는 대통령이다. 신뢰를 받는 지도자는 상황이 어려워도 솔선수범하여 그 고통을 감내하고 미래로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다음 대통령은 애민(愛民)사상과 애국심(愛國心)이 충만해야 한다. 집권만을 위해 국민에게 지키지도 못하는 달콤한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거나 시대가 요구하는 주어진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공익적 명분을 내세워 진영을 강화하거나 사익을 취해서는 안 된다. 사익을 우선하면 그가 내세운 공약은 공염불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다음 대통령은 진영을 앞세운 이익집단과 국민의 이익을 선별하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목소리가 큰 집단의 유권자뿐만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의 유권자도 생각해야 한다”며 “지난 5년의 국정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총장은 “지난 5년은 혼란과 갈등의 시기이자 역병(疫病)의 시대였다. ‘네 편 내 편’의 편 가르기, 진영논리에 따른 적폐청산과 내로남불, 권력을 가진 부모를 배경으로 한 아빠찬스 엄마찬스, 정보의 객관성과 책임성이 약화된 탈(脫)진실사회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났다”며 “3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코로나 방역을 명분으로 자유가 통제됐고, 자영업자들에게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크나큰 고통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이 총장은 “정치는 국민의 불편과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중시켰다. 적폐청산이 그 시작이었다”며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비롯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교도소에 가고, 인격모욕을 당하고, 직장에서 물러났다.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반대편 인사들에 대한 단죄는 사법부의 정치화 현상을 초래했고 심지어 법치주의까지 훼손했다”고 일갈했다.
이 총장은 “국회는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 의석을 얻은 후에 야당과의 협치를 무시하고 의회주의를 형해화했다. 대통령은 인사권을 이용해 헌법기관과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삼권분립(三權分立) 정신과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허물어 버렸다”며 “이 결과 정치는 표류하고 국정은 일방독주로 나가고 사회는 활력을 잃고 경제는 악화됐다. 총체적 위험(perfect storm)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정부는 반대로 평가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총장은 “다음 대통령은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통합으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의 기회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것이 시대가 다음 대통령에게 부여한 과제이다”라며 “아무리 시대상황이 어렵더라도 지도자가 국민통합을 이끌어내면 위기는 기회로 반전될 수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듯이, 오늘날처럼 풀어야 할 과제가 얽히고설켜 복잡한 상황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총장은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서 보듯이 국가안보와 평화는 종전선언이나 호소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지킬 힘이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다음 대통령은 확고한 국가관과 국군통수권자로서의 국가수호에 대한 의지와 이를 실행할 전략 그리고 담대한 결기가 있어야 한다. 현안 안보과제인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실험도 이런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총장은 “감염병, 자연재해, 인재에 대한 예방대책도 국정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국민 불안은 코로나19 감염병이다”라며 “퇴치가 우선이지만 풍토병(endemic)화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서 국민들의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역과정에서 억눌렸던 자유의 회복이다”라고 논했다.
이 총장은 “안전사고는 제도와 시설의 부실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안전의식 약화나 공동체에 대한 책임 결여에서도 유발된다. 안전은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국민의 안전이 보장될 때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창달되고 공동체도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