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채널A 캡처

작년 말 특별사면으로 장기간의 옥고를 끝낸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제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했다.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병원 인근 투표소를 찾아 휠체어 없이 직접 투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그가 남색 외투를 입고 투표에 나선 것이 알려져 '특정 당색(黨色)이 연상된다'고 추측하기도 했으나, 해당 겉옷은 본래 박 전 대통령이 입던 옷으로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이 투표, 그것도 선거 당일보다 이른 사전투표 기간에 '선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는 것은 곧 '참정권의 행사'로 볼 수 있다. 참정권이란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로, 크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으로 나뉜다. 박 전 대통령은 특사 및 복권으로 참정권이 회복된 상태다. 마음만 먹는다면 정치 행위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탄핵과 구속이라는 고난을 겪었지만 엄연히 대통령을 지낸 신분이고, 오랜 수감 생활로 심신의 기력이 쇠한 상황이라 향후 그의 또다른 정치 활동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원로 정치인임에 분명하다. 그는 국회의원 및 당 대표 시절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보수진영에서 독보적 존재감과 탄탄한 지지율을 자랑했다. 지금도 TK(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지지세가 강고하다. 조국 근대화 혁명을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라는 후광도 녹슬지 않는 자산이다. 우리공화당을 비롯해 여러 파워 유튜버 등 친박(親朴) 성향의 재야 그룹도 온-오프라인에서 나름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머물 사저가 대구 달성에 마련됐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 전국 지지자, 각종 언론 매체들이 현장을 탐방하는 등 일제히 주목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그의 메시지 발표 여부와 일거수일투족이 현실정치를 뜨겁게 달구는 '뉴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여야의 치열한 대립과 사생결단의 각오로 맞붙는 대선 정국에서도 '보수우파'라는 정치 이념적 가치가 언급되지 않는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박 전 대통령의 차기 행보가 오늘날 '실종된 보수정치의 복원'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25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건강 회복이 늦어져 대구 달성 사저에는 대선 이후 들어갈 것 같다"며 "서울이 아닌 달성으로 가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의미가 있고 정치 재개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조 후보는 "(앞으로) 본인의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치 재개를 할 수밖에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이) 대구에서 태어났고 달성군이 정치적인 고향인데, 고향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정치 행위다"라고 해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말 발간된 서간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라며 "(그동안)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