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안철수' 간 막판 극적 단일화로 대선 정국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야권에서 때아닌 정쟁(政爭) 파열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대선 직후 합당(合黨) 및 공동정부 운영을 약속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당수(黨首), 즉 이준석과 안철수 대표 사이의 문제다.

정가(政街)에서는 양당 통합 후 안 대표가 공동대표설(說)을 포함, 차기 당권(黨權)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무총리 내정설도 흘러나오지만, 대망(大望)을 품은 안 대표로서는 당권 장악으로 독자적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여러 변화구를 섞어 원거리 견제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안 대표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다거나, 공동정부-공동대표론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식으로 '당권 사수'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수위나 조각(組閣), 공동정부는 당연히 윤 후보의 영역이다" "공동대표는 들은 바도 없고 협의 대상도 아니었다" "안 후보가 행정 경험을 희망한다고 언급했는데, 지방 행정의 경우 당과 상의해야 할 부분" 등 안 대표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왔다. 이 대표는 단일화 이전에도 안 대표를 비판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여온 바 있다.

안 대표 역시 이 대표의 공세를 받아치며 '내 갈 길 가겠다'는 포석이다. 그는 지난 3일 단일화 선언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대표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는데 앙금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별로 관심 없는 이야기에는 귀를 안 기울인다"며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 잘 모른다. 나중에 좀 알려 달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를 '그 사람'으로 지칭하며 평가절하한 것이다.

대선 직후 합당을 앞둔 야권에서 두 사람의 갈등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권 다툼이나 계파 싸움 등 내부 분열로 확전될까.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물과 기름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관계가 좋아질까'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삐그덕삐그덕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다"고 답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의 동행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별로 달가운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왜냐하면 단일화 없이도 이기는 게 그의 전략이었고, 단일화 성사는 그가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라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주동이 된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다른 한 축은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안 대표다. 단일화가 됐고 선거판을 주도하게 되는 순간에, 이 대표가 그나마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갖고 해 왔던 선거운동이 지금 색이 좀 바래게 된다"며 "안 대표가 그냥 들어왔겠나. 분명히 당권에 도전할 거고, 당에서 나름대로 위치를 점하려고 할 때 이 대표와 부딪힐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