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선에서 24만 표차 석패에 승복하고 물러난 가운데, 그의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분간 정세를 관망하며 은둔할 것으로 보이는 이 전 후보가, 몇 달간 휴식 시간을 거친 후 당권 도전 내지는 임박한 지방선거 출마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당권 도전설의 경우, 과거 제18대 대선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뒤 탄핵 정국에서 당선된 현 문재인 대통령의 '재기 코스'를 밟아나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힘을 얻는다.
비록 그가 당내에서 친문(親文) 정통 계파는 아니지만, 이번 대선에서 비교적 선전한 덕에 '재신임론(論)'까지 새어나올 정도로 자신만의 정치세력을 규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를 했고, 아직 50대로 젊은 나이인 만큼 차기 대선 도전 등 정치 재기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 실제 이 전 후보는 대선 직후 송영길 당 대표의 권유로 당 상임고문에 위촉된 상태다.
이 전 후보는 10일 새벽 낙선이 확정되자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며 "전국에서 일상을 뒤로 하고 함께 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 또 밤낮없이 땀 흘린 선대위 동지들과 자원봉사자, 당원 동지들과 지지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며 "당선인께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전 후보는 이날 오후 선대위 해단식에서도 "이재명이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지 우리 선대위,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며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또 성과를 냈지만 이재명이 부족한 0.7%을 못 채워서 진 것이다.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게 있다"고 토로했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이 전 후보의 겸손한 태도에 대해 동정론 또는 재평가 분위기가 조성되는 모양새다. 고민정 의원은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듯 수척해진 후보님을 뵙곤 심장이 더 쿵쾅거렸다"며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을까, 힘이 되어드리고자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고는 했는데 자꾸 부족한 것들만 떠올라 죄송하고 죄송했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말 잘하셨다는 말씀을 드린다. 잘해도 선거에서 질 때가 있다"며 "이 후보에게 위로의 말씀과 잘하셨다는 칭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박영선 전 장관도 "(이 전 후보의 패배에) 제가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정말 최선을 다한 그런 선거였다는 생각이 들고,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 전 후보의 정치적 잠재력을 믿고 다시금 러브콜을 보내는 분위기도 관측된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 회의를 마친 뒤 "당에서 이 전 후보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송영길 당 대표가 이 후보에게 전화를 해 '상임고문으로 향후 당에 여러 가지 기여를 하고 도와달라'고 했고, 이 후보가 수락했다"고 전했다.
이 전 후보 측 한 의원은 《국민일보》에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든, 전당대회든 우선 이 후보가 여의도로 들어와 당내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매일경제》에 "1614만표를 얻을 수 있는 힘을 보여줬고,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를 꼽으라면 그래도 이재명"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대구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YTN 인터뷰에서 "(이 전 후보는) 1600만 표를 얻었다. 그리고 민주당 진영에서 저렇게 대중적이고 국민적인 지지를 받은 정치인이 없다"며 "나이도 젊지 않나. 그래서 휴식기를 가진 다음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면 보다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