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BN 캡처

제20대 대선에서 진보 진영 사상 '역대 최다 득표'를 거두고도 '역대 최소 표차'로 석패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여권의 추종세력이 결집하고 있다. 통상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들은 은둔 기간을 가지는데, 친이(親李) 세력들은 이 전 후보를 곧바로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모양새다. 의외의 선전을 함으로써 당내 입지가 커진 이 전 후보를 내세워 당의 기강을 바로잡고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전 후보를 반대했던 친문(親文) 세력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과 함께 쇠락하고, 이재명표 '친이계'가 당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후보는 현재 송영길 대표의 권유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된 상태다.

黨 중진들 "李, 비대위원장 추대로 지방선거 치러야"

이광재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후보가) 국민적 기대가 있고 아직 나이도 (여유가) 있다"며 "(6월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전 후보가) 아마 지방선거까지 휴식을 하고 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건 전적으로 이재명 후보 개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손혜원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후보가) 전당대회에 나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추대를 해서 모시면 된다, 추대로 비대위원장이 되시면 될 것 같다"며 "그래서 지선을 치러야 한다. 비대위원장이 되시면 비대위원에 초재선 의원들로 가득 채워 새로운 에너지로 심기일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두관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친문 진영의 후계자로 여겨졌던 조국 전 법무장관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조국 문제는 민주당을 내로남불 대표정당으로 만들었다.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민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라며 "심지어 지금도 문 대통령이 정경심 교수를 사면해야 한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다. 이런 진영논리와 내 편 감싸기가 국민과 민주당을 더욱 멀어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 수석 출신들의 인적 청산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읍참마속이다. 조국 사태 책임자, 윤석열 추천인, 부동산 실패 책임자들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인적 청산의 시작은 노영민, 김현미, 김수현, 부동산 책임자의 출당으로 시작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패전의 책임을 추상같이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전 장관, 文 정부 고위직 등 親文 세력 청산 촉구도


그러면서 "이재명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 잠정적으로 구성된 윤호중 원내대표 중심의 비대위로는 검찰의 칼날도, 지방선거의 승리도 보장하기 힘들다"며 "방금 선거를 끝낸 이재명 후보께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저는 이재명 후보께서 비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을 혁신하고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당은 지방선거를 이끌 든든한 선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윤호중 비대위원장으로 대비하는 것은 더 나빠진 조건에서 선거를 준비하는 동지들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다. 당에서 이재명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며 "이재명 비대위원장만이 위기의 당을 추스르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도 "이 고문께서 나서면 지선을 최대한 선방하고 당을 국민이 원하는 개혁정당으로 만들 것"이라며 "당 지도부는 다시 한번 이재명 상임고문의 비대위원장 임명을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 이재명 고문께서도 비대위원장 수락을 전향적으로 고민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핵심 지도부는 《한겨레》에 "후보는 최선을 다 했지만 정권교체론을 만든 장본인인 민주당이 제대로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탓"이라며 "후보 책임론은 당내에서 큰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핵심 지도부 역시 "정권교체 여론이 한참 높았던 상황에서의 선거 치고는 선전했다는 측면이 강하다"며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됐어도 이걸 극복할 수 있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며 "그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거니까 민주당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李, 민주당이 현재 보유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원"

《동아일보》는 "이 후보가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지방선거 출마를 제외하곤 맡을 수 있는 정무직, 선출직 자리가 사실상 전무한 이 후보가 ‘경력단절’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신문에 "이 후보로선 당내 조직력이 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하면서 차기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채널A'에 "민주당을 '이재명식 개혁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 전 지사가 다음 총선 등을 통해 국회의원이 된 후 당권을 잡고 2027년 대선에 재도전하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