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채널A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통령과 거야(巨野) 간 소통 창구로 정무장관(政務長官) 신설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의회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야당에 정책 입법 협조 등을 구하는 정무수석직을 정무장관직으로 바꾸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수석비서관 제도 혁파 등 제왕적 청와대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대신 의회와의 소통 창구직을 차관급인 수석에서 장관급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고 원활한 정책 공조를 통해 협치(協治)를 추진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12일 '채널A'는 "윤석열 정부가 기존 청와대 정무수석을 대신해 정무장관 자리를 신설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가장 적은 표차, 가까스로 당선된 데다 민주당이 국회 172석을 점유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이런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이 매체에 "대통령 수석비서관제 폐지를 공약한 만큼 기존 정무수석 자리는 사라질 것"이라며 "정무장관을 신설해 야당과 협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존의 청와대는 사라질 것이다. 조직 구조도 일하는 방식도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근래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야당과의 대화에서 실패했다"며 "소통 기능을 담당하는 정무장관을 신설해서라도 야당과의 대화와 소통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정무적 특명을 받아 국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일종의 별정직 장관인 정무장관은 과거 무임소(無任所) 장관이라는 명칭으로 불려왔다. 종전의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원(院)·부(部)·처(處)의 장관이 아닌 국무위원을 무임소 장관이라 하였고 이후 정무장관으로 고쳐 불렀으나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전두환 정부 때는 오세응, 노태우 정부 이종찬, 김영삼 정부 주돈식 등이 역임한 바 있다.

그렇게 사라졌던 정무장관직은 이명박 정부 들어 특임장관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대통령이 특별히 지정하는 사무 또는 대통령의 명을 받은 국무총리가 특히 지정하는 사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주호영, 이재오, 고흥길 등이 역임한 바 있다. 이는 다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무장관직 필요성이 재차 논의되기도 했다. 2020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정(與野政) 정상 회동에서 당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특임장관 경험을 바탕으로 정무장관직 신설을 제안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임장관 시절 정부의 입법 통과율이 4배로 올라간 점 등을 이유로 정무장관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관련 사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이 정무장관을 하면 거기에는 편하게 얘기를 하고 해서 여러 가지 현안도 해결되기 때문에 (문 대통령께) 검토해 보십사하고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진행되지는 않았다.

한편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3일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에서 정무장관직 신설 가능성에 대해 "확정된 게 없다"며 "정무장관은 역대 정부에서 대야당 소통창구, 대국회 활동을 위해 정무수석의 기능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주로 활용돼왔다. 그런데 이것은 정부조직법 개정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국회와 조율이 이뤄져야 할 사안이어서 이른 시일 안에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인수위에서 이 또한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