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말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 마침내 5년간의 옥고(獄苦)를 온전히 끝내고 정치적 고향 대구로 귀환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30분경 네이비색 코트, 베이지색 마스크 차림으로 병원 본관을 나서면서 취재진에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드리게 됐다. (국민들이) 많이 염려해줘 건강 많이 회복했다”며 “지난 4개월 동안 치료해준 삼성병원 의료진 및 관계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병원 앞에는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을 함께한 참모·관료들이 모였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박대출·윤상현·윤주경 국민의힘 의원도 함께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서울 동작구 현충원 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에 참배한 뒤 차량으로 이동, 낮 12시 15분경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했다. 그는 지지자들로 구름 인파가 모인 사저 입구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한 40대 남성이 소주병을 투척하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상황이 정리된 후, 이내 어조를 차분하게 가다듬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존경하는 달성군민 여러분, 그리고 대구시민 여러분 박근혜입니다. 오랜만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린다”라며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저를 맞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저에 대한 사면이 결정된 후에 이곳 달성의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었다. 그러한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다”며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녔다. 그래서 이 달성군 흙 속에 저의 발자국도 분명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하 박 전 대통령의 나머지 메시지다.
“달성군 명칭들을 보면 이곳 유가, 구지, 다사, 하빈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이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만큼 저에게도 이곳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입니다. 오늘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 뵈니까 지난날의 이야기 한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달성에서 선거운동을 한참 벌이고 있을 때 지나가던 어떤 분이 ‘이곳 공기가 참 좋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시골이니까 공기가 좋다는 말인가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말은 이곳에서 선거 분위기가 좋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로 다시 갈 만큼 그 시절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시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습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에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합니다.
앞으로 이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습니다. 이곳에 여러분과 같이 좋은 분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돼서 무척 기쁘고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많은 이 시기에 여러분들 건강 각별히 잘 챙기시고 또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