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BS Biz 캡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으로 국제 사회의 비판과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 재정이 휘청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즉 '국가 부도'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국제금융센터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 증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당초 내달 25일까지 미국 은행들의 러시아 공공기관 자본거래 관련 외화 지급 업무 처리에 예외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교착에 따라 러시아 정부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차원에서 동(同) 예외 적용을 지난 4일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지난달 러시아 정부 외화채권 달러 지급 에이전트 역할을 했던 JP 모건 등 미국 은행들이 러시아 정부의 외화 지급 대행 업무 요청을 거절하기 시작했다"며 "지난달 중 만기 도래한 러시아 정부 외화 채권 원금 및 이자 지급 4건($7.3억)은 예외 조항에 따라 달러로 지급 완료했으나, 금번에는 상황이 반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금융시장에서는 금번 제재 강화 조치가 결국 러시아의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퇴출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며 "(반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 4일 만기 도래한 외화채권 원금 및 이자 지급을 불가피하게 루블화로 지급한 후 상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에 대한 달러 지급 실패로, 디폴트 검토를 위한 30일 유예 기간이 적용 개시된 것이 사실이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철도(Russian Railways) 역시 지난 5일 만기 도래한 6억 달러 지급을 루블화로 이행하면서, 러시아 정부와 유사한 상황"이라며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디폴트 유예 기간 중 우회 경로를 통해 외화 지급을 이행할 의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미국 이외 국가의 은행들 중에서 관련 달러 지급 대행 업무를 처리할 은행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서방의 제재 강화로 결국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시장에서는 러시아 채권 및 파생 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며 "러시아 디폴트 우려가 커짐에 따라 러시아 정부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신용파생상품 시장의 러시아 CDS(신용부도스와프) 호가는 급등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현물 채권 가격 급락세가 더 가파른 상태다"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활용한 차익 거래 등으로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JP 모건, 골드만 삭스는 각각 1억 달러, 바클리스 캐피털은 0.5억 달러 등이다"라며 "예시한 차익 거래 이외에도 급락한 러시아 현물 채권을 저가에 매입하려는 헤지펀드 수요들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러시아 디폴트가 임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 신용지표에 내재된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은 1년 내 99%, 5년 내 88% 수준으로 반영된 상황"이라며 "향후 러시아 디폴트에 따른 시장 전반의 부정적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면밀한 모니터링과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