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출범이 목전에 다가온 지금, 조선조 초기 국정을 다룬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또한 최종회를 향해 가고 있다. '말 학대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은 이 드라마는 태종의 과감한 리더십을 극적으로 조명한 스토리 덕분에 조기 종영 위기에서 벗어나 시청률을 회복, 현재까지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최근 새 정부의 국가 발전에 대한 조언을 건네는 한 논문이 '태종의 리더십'을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 싱크탱크 한반도선진화재단의 '한선 프리미엄 리포트: 국가 전략-정권의 실패, 창의성의 원천, 개인과 국가의 선택'이 바로 그것이다.
논문의 저자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권 실패라고 하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대통령들을 보면 임기 초에 비해 임기 말 지지율이 반토막이 나지 않은 대통령이 없다"며 "임기 초의 지지율은 국민의 기대다. 임기 말의 지지율은 5년간의 업무에 대한 평가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평가가 기대보다 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정권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임기 초부터 임기 말까지 지난 대통령들의 지지율 하락을 쭉 연결하면,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경제 성장률의 대세 하락 곡선과 비슷하다"며 "정권의 실패는 주로 경제 정책의 실패에 기인한다. 경제가 실패하면 국민은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 조선시대에 세종대왕의 태평성세가 있었다. 세종의 태평성세는 태종의 결단력과 세종의 선택에서 왔다"며 "태종의 결단은 공신과 외척을 제거한 것이고, 세종의 선택은 전문가(technocrat)를 등용한 것이다. 태종이 공신을 제거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으면 세종이 전문가를 등용할 자리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태종은 세종에게 '나는 이 세상에 잔재해있는 모든 악몽들과 슬픔을 뒤집어쓰고 갈 것이니, 너는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고 어진 성군이 되어라'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세종은 이후 경기도의 화성, 광주 등에 천문관을 임명했다. 그러자 승정원의 반대 상소가 빗발쳤다. 세종은 천재지변에 신속 대응할 수 있다며 천문관 임명을 무르지 않았다.
태종의 토사구팽이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대결단이었다. 토끼가 없으면 사냥개가 가축과 주인을 물어뜯기 때문이다.
태종의 결단과 세종의 선택을 정권에 빗대어 얘기하자면, 정치는 정치인에게, 정책은 전문가를 등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치는 정파 혹은 개인이 국가권력을 쟁취하는 행위이다. 정책은 국가권력을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행위이다"라며 "정치적인 능력과 정책적인 능력은 다르다, 정치인을 정치에 국한시키고 정책은 전문가를 등용하면 정권은 성공할 것이다. 이는 국가발전원리를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