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바야흐로 급변의 시대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심화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 그대로다. 각국이 정권 교체기를 지나고 있고, 신흥국은 물가 상승과 자원 부족으로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 세계적 혼란기를 틈타 북한은 호시탐탐 군사 도발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곧 새 정부가 들어선다. 국제 무대 외교의 첫 시험대가 가파른 난관 그 자체다.

중요한 건 현실 직시다. 지금의 현상을 제대로 보고 세계 정치의 판도를 확실히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해법은 그 이후에 정확히 찾을 수 있다. 최근 발간된 국회미래연구원 《국제질서의 변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지정학적 함의》 보고서가 돋보기 역할을 할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근래 들어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5G 통신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주요 첨단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이 같은 양상이 집중 전개되고 있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 경제의 상호 의존성으로 인해, 첨단 기술 분야 또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디커플링'(한 나라 또는 일정 국가의 경제가, 인접한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세계 경제의 흐름과는 달리 독자적인 경제 흐름을 보이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100일 검토 보고서'는 미국 내 제조 및 혁신 역량 강화, 동맹국을 활용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중국에 대한 의존도 감소)를 제시한 바 있다. 미 상원을 통과한 미국혁신경쟁법은 중국에 대한 견제와 더불어 첨단기술 산업 육성책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쌍순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민간 소비 확대와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을 통해 외부 위험 요인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중국 경제의 독립성(self-reliance)을 높이고자 한다.

기존에는 공급망의 효율성이 중시됐으나, 최근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서는 '경제 안보' 개념에 기반을 둔 공급망의 안정성이 강조되고 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대립 구도

◦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을 중시하고 대(對)중국 정책에 있어 동맹을 적극적으로 활용
- 권위주의의 부상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기술, 이념, 안보를 연계
- 2021년 9월 출범한 미국ㆍ유럽연합 무역기술위원회(US-EU Trade and Technology Council, TTC)는 무역과 기술 전 분야의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

◦ 중국의 기술 연대 전략
- 제3세계 국가들과 디지털 기술 상호 의존성 및 기술 연대를 확대하고, 중국식 혁신 모델과 중국식 거버넌스 모델을 확산
- 미국의 기술 봉쇄 움직임에 대응해 주요 개발도상국이 참여하는 중국 주도의 과학기술 연대를 구축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과학기술 교류와 지원을 확대]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촉발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는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대립을 선명하게 드러낸다"며 "미국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러시아 중앙은행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 금융기관을 SWIFT(국제 은행 간 통신 협정)에서 퇴출하는 제재가 발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러시아산 화석 연료에 대해서는, 유럽 국가들의 높은 의존도로 인해 제재 수위에 차이가 나고 있다"며 "경제 제재 여파로 니켈, 소맥, 원유 등 주요 원자재 및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파편화와 블록화 및 탈세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 관련 사례에서 '경제 안보 강화'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급격하게 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제 전략 기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