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3’에 따르면, 새해의 첫 번째 키워드는 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이다.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 기준, 통상적인 것들에 대한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는 이미 ‘탈세계화’라는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정치·경제·미래학 전문가들은 ‘2023년’을 어둡게 전망한다. 탈세계화와 패권 전쟁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가 기존의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견하는 것이다. 세계는 △인플레이션 △금리 △전쟁 △에너지라는 네 가지 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3’에 따르면, 새해의 첫 번째 키워드는 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이다.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 기준, 통상적인 것들에 대한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의 양극화는 정치, 사회 분야로 확산되고 갈등과 분열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소비 역시 극과 극을 넘나들고 시장은 ‘승자독식’으로 굳혀진다. 

두 번째 키워드는 오피스 빅뱅(Arrival of a new office culture: office big bang)이다. 팬데믹 이후 일터로의 복귀를 거부하는 ‘대사직’, 최소한의 일만 하는 ‘조용한 사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출퇴근과 워라밸,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가 뒤섞이는 가운데 과거의 직장문화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세 번째 키워드는 체리슈머(Born Picky, Cherry-sumers).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겨가는 소비자를 ‘체리피커’라고 한다면, ‘체리슈머’는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일컫는다. 무지출과 조각, 반반, 공동구매 전략을 구사하는 이들은 현대판 보릿고개를 지혜롭게 넘고자 하는 진일보한 합리적 소비자들이다.

네 번째 키워드는 인덱스 관계(Buddies with a purpose: index relationships). 관계의 ‘밀도’보다 ‘스펙트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로빈 던바가 말한 인간관계의 적정한 수 150명은 이 시대에도 맞는 걸까. SNS를 통한 목적지향적 만남이 대세가 된 오늘날, 소통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관계는 여러 인덱스(색인)로 분류되고 정리된다. 이제 나의 친구는 어디까지일까.

다섯 번째 키워드는 뉴디맨드 전략(Irresistible! The ‘New Demand Strategy). 아이폰을 내놓은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소비자가 아예 생각지도 못한 제품을 내놓았을 때 그들은 줄을 서고 지갑을 연다.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상품, 지금껏 써 왔지만 더 새롭고 매력적인 상품, 결제 방식이 유연한 상품 등 다채로운 뉴디맨드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여섯 번째 키워드는 디깅모멘텀(Thorough Enjoyment: ‘Digging Momentum). 파고, 파고, 또 파고, 끝까지 파고 들어가 행복한 ‘과몰입’을 즐기는 사람들, 디깅러의 세상이 오고 있다. 자신의 열정과 돈,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들은 과거 오타쿠와 달리 현실 도피적이지 않으며 덕후와 팬슈머보다 더 진일보한 사람들이다. 

일곱 번째 키워드는 알파세대의 도래(Jumbly Alpha Generation).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진짜 신세대, 알파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 한 말이 ‘엄마’가 아닌 ‘알렉사’였다는 이들은 단순히 Z세대의 다음 세대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종족의 시작이다. 100퍼센트 디지털 원주민이자 벌써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알파세대, 그들의 미래가 곧 우리의 미래다.

여덟 번째 키워드는 선제적 대응기술(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지금 기분에 맞는 노래 뭐가 있을까. ‘실내가 좀 어두운데 밝으면 좋겠어’ ‘냉장고에 남은 우유가 있던가?’ 등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이 모든 순간에,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배려해주는 기술이 나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제적 대응기술’이다. 삶의 각종 편의를 넘어서,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기술이다.

아홉 번째 키워드는 공간력(Magic of Real Spaces). 멋지다고 소문이 난 공간은 어디에 있든 늘 사람들로 붐빈다. 실제 공간은 단지 온라인의 상대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적인 토대이자 터전이다.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이라도 실제를 이길 수는 없다. 소매의 종말이 언급되는 시기지만, 매력적인 콘셉트와 주제를 갖추고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공간력은 리테일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열 번째 키워드는 네버랜드 신드롬(Peter Pan and the Neverland Syndrome). 요즘 어른 되기를 한껏 늦추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두가 어린아이로 영원히 살아가는 곳, 이른바 ‘네버랜드’의 피터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젊음을 미화하고 우상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짜 어른을 만나기 힘든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청춘의 열정과 어른의 지혜를 조화시킬 수 있을까.

2008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첫 책이 출간될 때부터 김난도 교수와 공저자로 함께해온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서울대 총동창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변화에 부응한다는 측면에서 트렌드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을 갖기 쉽다”면서도 “중요한 건 앞서가는 것, 남들이 모르는 것을 미리 아는 것보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 언제쯤 확산될 것인가, 하는 타이밍을 맞추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면에선 트렌드를 쫓더라도 다른 면에선 자기 주관을 지키는, 그런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말씀 또한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