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오늘 당장 월평균 소득만큼의 추가적인 돈을 받는 것과 1년 후 월평균 소득 두 배만큼의 돈을 받는 것이 제시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갤럽 인터내셔널 작년 8~10월 56개국 시민 5만3321명에게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 이는 심리학·행동경제학에서 다루는 ‘현재 편향(present bias)’ 경향을 알아보는 질문이다.
조사 결과, 참여자들의 생각은 양분됐다. 46%가 ‘오늘 당장 월소득 한 달분 수령’, 42%는 ‘1년 후 두 달분 수령’을 선택했다.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오늘 당장 월소득 한 달분 수령’ 의향자가 많은, 즉 재정상 현재 지향성이 강한 나라는 나이지리아(76%), 이라크(74%), 파키스탄·리비아(69%), 세네갈·아르헨티나(61%), 타이·케냐·시리아(60%)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스웨덴(16%)과 네덜란드(24%)에서는 그 비율이 30%를 넘지 않았고, 일본(31%)을 비롯한 G7 국가는 모두 56개국 평균(46%)을 밑돌았다. 참고로 이탈리아 44%, 캐나다 41%, 프랑스 40%, 미국 39%, 영국 36%, 독일 35%로 조사됐다.
재정상 현재 지향성을 권역별로 보면, 중남미와 MENA(중동·북아프리카)(61%)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작지만 즉각적인 보상을, 고소득 국가에서는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원했다. 국가뿐 아니라 개인 재정 측면에서도 저소득자의 현재 지향성이 강한 편이다.
이같은 현재 지향성은 재정상 절박함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불안, 국가 간 갈등·무력 분쟁 등 외부 상황과도 연관된다. 당장 돈이 필요치 않은 상황이라도, 앞날의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거나 현재의 확실한 이득을 중시하는 사람은 ‘1년 후 월소득 두 달분’보다 ‘오늘 당장 월소득 한 달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한국인 중에서는 38%가 ‘오늘 당장 월소득 한 달분 수령’을 택했다. 56%는 ‘1년 후 두 달분 수령’을 선택했다. 7%는 의견을 유보했다. 재정상 현재 지향성 기준으로 보면 56개국 평균을 밑돌며, G7 또는 EU 국가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국갤럽은 “지난 연말 36개국 조사에서 한국의 가계 상황 인식이 다른 나라보다 안정적이었던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평가했다.
‘오늘 월소득 한 달분 수령’ 선택을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저소득일수록(200만 원 미만 53%, 700만 원 이상 27%), 주관적 생활수준이 낮을수록(하층 59%, 상·중상 32%), 60·70대(53%, 20대 27%)에서 많은 편이다.
참고로, 2021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은 333만 원, 중위소득은 250만 원이다. 같은 해 전국 가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처분가능소득 기준)은 연 3174만 원(월 265만 원), 4인 가구 중위소득은 연 4876만 원이다(월 406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