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온더문은 고려대학교 정치연구소가 정치학을 중심으로 한 사회과학 분야의 최신 연구를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치연구총서’ 시리즈를 기획·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현재까지 1권(‘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과 2권(‘우리 동네가 실험실이 된다면?’)을 출간했으며, 앞으로 8권의 책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과 기술 발전이 응답해야 할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강한 시대다. 하지만 이 총서 기획에 참여한 정치학자들은 정치의 가능성을 믿으며 연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여긴다. 아울러 총서 발간을 통해 더 많은 대중이 학문적 문제의식을 접하기를 희망하며, 정치에 대한 이해가 새로워지길 기대한다고도 밝힌다.

1권인 ‘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는 대의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소개하고, 한국 정치제도의 특징을 설명한다. 저자인 문우진 교수(아주대학교)는 일반 대중은 자신들의 일상생활이 정치와 무관하며 정치는 정치인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그런 통념과는 달리 정치는 우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며 나쁜 것도 아니라고 반박한다.

저자에 따르면 정치는 정치인만이 하는 것이 아니며, 정치와 무관한 삶은 한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는 집합적 의사 결정이며, 집합적 의사 결정에는 권력이 개입된다. 권력이란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아도 따르도록 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집합적 결정이 민주적 방식에 따라 이뤄진다면, 우리는 그 결정에 ‘권위’를 부여한다. 또 이 결정은 필연적으로 다수와 소수로 나뉜다. 이런 정치는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우리의 삶에 매 순간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의 일상은 다양한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제도를 살펴보는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세대 간 선호의 차이가 분명해지면서 국민의 이질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이 같은 변화를 겪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제도 설계는 합의제적 요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적합할 것임을 역설한다.

신상범 교수(연세대학교)와 조계원 교수(고려대학교)가 공동으로 집필한 2권 ‘우리 동네가 실험실이 된다면?’은 리빙랩(Living Lab)이라는 혁신 메커니즘을 소개하고 있다. 리빙랩이란 일반 시민, 정부, 대학, 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행위자가 협력해 그들이 사는 지역에서 발견되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새로운 기술, 상품 등을 개발하는 등의 활동을 뜻한다.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시제품을 제작하는 등의 활동은 과거 전문적이고 뛰어난 개인들의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진행했던 것이 아닌, 우리가 사는 지역의 구체적 문제에서 출발해 그 문제와 관련이 있는 다양한 사람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방식의 혁신으로 수행된다. 즉 리빙랩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일반인 스스로가 혁신을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유연한 파트너십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사는 장소가 곧 실험실이 될 수 있다.

책 1장에서는 리빙랩을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일반 독자를 위해 리빙랩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2장에서는 유럽의 리빙랩 혁신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한국에서의 리빙랩을 들여다보고, 4장에서는 대학 수업 기반의 리빙랩 활동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리빙랩이 기존 정치 과정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시민 개인을 각성시키고 각자의 능력과 자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는 있다. 저자들은 결국 우리가 사는 장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깨어 있는 시민의 능력과 자질이며, 그것이 변화의 시작임을 역설한다.

한편 버니온더문은 전 세계에서 출간된 우수 서적을 발굴해 번역·출간하는 한편, 국내 우수 학자 및 전문가들의 저술을 출간한다.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시리즈, 하버드 의학박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가 저술한 ‘내 아이에게 언제 스마트 폰을 사줘야하나?’, 불평등 문제를 정치 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한 ‘불평등 시대의 시장과 민주주의’ 등이 최근 출간됐다. 글=김수아 아카이브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