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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쌍둥이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동영상 캡처

 
탈북자들이 가사를 바꿔 부르는 북한 노래들
 
내가 좋아하는 북한 노래가 하나 있다. 1995년 북한 여행할 때 사 가지고 온 녹음테이프 를 CD로 복사한 것인데, "그 품을 떠나선 못살아"라는 노래다. 차 타고 다닐 때 가끔 듣는 데 곡이 참 아름답다. 그러나 가사는 닭살이 돋을 정도로 징그러운 독재자 개인숭배와 신격화 내용이다. 만일 가사만 청춘남녀 사랑 이야기로 바꾼다면 한국에서도 히트할 인기곡이 될 것이다. 그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기쁨의 노래를 부를 때면
이 가슴 한없이 젖어드네
우리를 손잡아 키워주신
그 사랑 잊을 수 없네
그 품을 떠나선 못살아
그 품을 떠나선 못살아
꿈에도 정답게 불러보는
우리의 김정일 동지
 
인민에게 자유도, 빵도 주지 못하고 죽은 독재자 김정일 찬양가다. 몇 년 전 서울에서 만난 한 탈북인사는 많은 탈북자들이 이 노래 가사를 고쳐서 부른다는데 그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다고 했다.
 
"슬픔의 노래를 부를 때면
이 가슴 한없이 젖어드네
우리를 짓눌러 닥달하던
그 악당 잊을 수 없네
그 놈을 떠나야 잘살아
그 놈이 죽어야 잘 살아
꿈에도 지겹게 불러보는
우리의 김정일 원쑤
 
북한에서 ‘원쑤’는 원수(원한 맺힌 적)를, ‘원수’는 북한군대의 최고 계급을 뜻한다. 요즘 북한주민들은 김정은을 주로 ‘경외하는 원수님“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탈북자들은 ”경멸하는 원쑤놈’이라 고쳐 부른다고 한다.
 
원래 가사는 정말 구역질나게 하는 개인숭배 노래다. 북한정권처럼 독재자를 신격화한 예를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히틀러도, 무쏠리니도, 스탈린도, 마오쩌둥도, 차오세스쿠도, 카스트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순박한 우리 백의민족의 3분의 1이 어쩌다 저렇게 무능하고 지독한 독재자들을 70년이나 구역질나게 찬양하며 살아오게 되었는지 기가 막힌다.
위의 김정일 찬양가와 비슷한 곡조로 김정은 찬양가 “그 품이 제일 좋아”도 최근에 나왔다. 가사는 이렇다.
 
정이 흐르고 사랑이 뜨겁게 넘치는
그이 따뜻한 미소와 친근한 음성
인덕이 하늘 같아 끝없이 안기고 싶은
아아 원수님 그 품이 제일 좋아
랄라라, 인민이 따르는 그 품
아아, 원수님 그 품이 제일 좋아
 
이 노래도 탈북자들은 다음과 같이 가사를 고쳐 부른다고 한다.
 
정이 마르고 증오가 차갑게 넘치는
그이 싸늘한 미소와 음흉한 음성
인덕이 지랄같아 끝없이 욕하고 싶은
아아 원쑤놈, 그 놈이 제일 나빠
랄라, 간신들이 따르는 그 놈
아아 원쑤놈 그 놈이 제일 나빠
 
김씨 독재왕조 찬양가 둘을 더 소개한다. 괄호 안은 탈북자들이 고친 가사이다.
 
“장군님 소식”
 
아침엔 조국방선 찾으신 격정의 소식
저녁엔 새 건설장 돌보신 감격의 소식
초소와 일터마다 새 힘을 주는
장군님 소식은 제일 기쁜 소식
한 밤을 자고 깨면 목메는 사랑의 소식
(한 밤을 자고 깨면 목매 죽은 사람 소식)
또 한 밤 자고 깨면 끝없는 영광의 소식
(또 한 밤 자고 깨면 끝없는 절망의 소식)
온 나라 집집마다 행복을 주는
(온 나라 집집마다 불행을 주는)
장군님 소식은 제일 기쁜 소식
(장군놈 소식은 제일 나쁜 소식)
날마다 기다리는 그리운 장군님 소식
(날마다 기다리는 지겨운 장군놈 소식)
누리를 진감하는 우리의 장군님 소식
(누리를 짓누르는 우리의 장군놈 소식)
온 세상 사람들께 희망을 주는
(온 세상 사람들께 절망을 주는)
장군님 소식은 제일 기쁜 소식
(장군놈 소식은 제일 나쁜 소식)
 
“장군님 식솔” (북한영화 “민족과 운명” 주제가)
 
고향은 다르지만 뜻이 같아 뜻에 살고
떠난 곳 어디어도 정에 끌려 정에 사네
흘러서 흘러 모여서 형제 같은 너와 나는
아아, 한 집안 식솔, 장군님 식솔
(아아, 흩어진 식솔, 장군놈 노예)
품은 정 식지않게 걸음 걸음 덥혀주고
(품은 한 식지않게 매일 매일 혹사하고)
지닌 뜻 변치 않게 깨우치며 보살피네
(품은 한 변치않게 자나깨나 닥달하네)
내리는 사랑 눈물로 안고 참된 도리 다해가는
(내리는 눈물 손으로 닦고 죽지못해 살아가는)
아아, 장군님 식솔, 장군님 민족
(아아, 장군놈 노예, 장군놈 왕국)
반만년 오랜 세월 살아오던 우리 민족
수령님 품에 안겨 한 식솔이 되었어라
(수령놈 발에 밟혀 만신창이 되었어라)
인덕의 해님 밝은 빛 아래 한 피줄을 이어받은
(전기도 없는 어둠속에서 피죽도 못 얻어먹은)
아아 장군님 민족, 김일성 민족, 장군님 식솔.
(아아 장군놈 왕국, 김일성 노예, 장군놈 노예)
언제나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되어 7천5백만 우리 민족이 자유롭고 풍요한 삶을 살아가게 될까?
 
워싱턴에서
조화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