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痲 醉
*저릴 마(疒-13, 2급)
*취할 취(酉-15, 3급)

일반 국어사전에서 ‘마취’를 찾아보면 ‘수술 등을 할 때 약물 따위를 이용하여 생물체의 전신이나 국소의 감각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일’이라고 정의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러한 것을 하필이면 왜 ‘마취’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싫어한다고 하길래 속뜻사전을 엮었다. 그러면 ‘痲醉’의 속뜻을 하나하나 풀이해 보자. 속뜻을 알면 이해가 쏙쏙 잘되고 재미가 생긴다.

痲자는 질병 증세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저리다’(be numbed; be asleep)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니, 병석에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이 변화된 ‘병질 녁’(疒)이 의미 요소로 쓰였다. 그 안의 것은 麻(삼 마)의 축약형으로 발음 요소 구실을 하는 것이니 뜻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醉자는 ‘죽다’(die)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술독 유’(酉)와 ‘죽을 졸’(卒)을 합쳐놓은 것이다. ‘취하다’(get intoxicated)는 뜻으로도 쓰인다. 너무 취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痲醉는 ‘저리고[痲] 술에 취(醉)한 것 같이 감각이 없음’이 속뜻이다. 겸해서, 명나라 때 저명 소설가 풍몽룡(馮夢龍, 1574-1646)이 그의 저서에 남긴 명언이 참으로 많다. 오늘은 그 가운데 하나를 소개해 본다. 주색잡기 가운데 특히 주색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술은 몸을 태워 버리는 불이고,
색은 살을 깎아 버리는 칼이다.”
酒是燒身焇焰,
色爲割肉鋼刀
- ‘警世通言’.


▶[첨언]
한글로 써놓은 글을
그냥 읽기만 하고 마는 것은
선물 상자의 포장지만 보고 마는 것과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