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조선일보DB

마침내 ‘나랏빚 2000조 원’ 시대가 도래했다. 정확히는 1985조 원의 ‘국가 부채’다. 작년에만 241조6000억 원이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1924조 원을 앞지른 첫 사례다. 온 나라가 버는 것보다 빚진 게 더 많은 셈이다. 공익 달성이라는 미명하에 국민 혈세가 지속 투입되는 공공 부채가 특히 심각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공기관 부채는 2019년 말 기준 525조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1조 원 가량 늘었다. 

땅 투기 파문을 일으킨 LH(한국주택토지공사)만 해도 126조 원의 빚을 지고 있다. LH는 작년 기준 수입이 20조 원 수준인 반면 지출은 두 배가 넘는 45조 원 가량이다. 정부는 작년에만 세금 88조 원을 들여 공공기관을 지원했다. 공공복리(公共福利) 증진이라는 명분 아래 경영이 방만한 기업을 국민 돈으로 먹여 살리는 꼴이다. 

“분배가 성장을 이끈다”는 이른바 경제 역발상 ‘소주성’ 정권 4년의 결과는 나랏빚 폭등(暴騰)만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가 모셔온 나랏빚은 일자리를 걷어차고 똬리를 틀었다. ‘최저임금 급등’ ‘근로시간 단축’ ‘반(反)기업 규제·친(親)노조 정책’ 같은 풍화작용(風化作用)에 질 좋은 일자리는 부서지고 모래알 같은 세금 알바만 남았다. 

최근 3년 새 단시간 근로자는 213만 명이 증가한 반면 전일제 일자리는 195만 개가 공중분해(空中分解)됐다. 작년에는 근로시간(주 40시간 이상)을 반영한 전일제 일자리 고용률이 60% 밑으로 하락했다. 국내 100대 기업의 정규직 일자리가 1년 새 6300명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의 인턴 채용은 늘었지만 정규직 전환 비율은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그나마 고용을 지탱한다는 단시간 근로직마저도 뜯어보면 정부에서 세금으로 급조한 임시직이다. 기껏해야 용돈 벌기에 불과하다. 벤치 새똥 닦기, 교통안전 지킴이, 도서관 정숙 지도, 길거리 쓰레기 줍기 따위가 어디 제대로 된 일자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0%, 청년 실업자는 42만 5천 명이다. 백날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 봐도 안정적인 일자리는 찾기 어렵고 보이는 건 정부가 양산한 비정규직뿐이다. 제 돈으론 사람 한 명 고용할 여력도 없는 영세기업에 세금 투입해 당분간 알바 시켜주겠다는 식이다. 당장 생계가 급한 청년들이 꿈을 접고 들어가도 몇 달 뒤에는 다시 일자리를 구하러 길거리를 헤매야 한다. 단기간 근로는 정상적인 근무 경력으로 인정받지도 못해 어디 번듯한 회사에 가선 이력서 한 장 내밀 수도 없다. 단기 알바만 뽑고 회사에 정착할 인재는 키우지 못하니 중소기업도 손해 보기는 마찬가지다. 반면에 영악한 공기업들은 최근 LH 사태로 지탄을 받고 국민 돈으로 연명해나가면서도 금년 채용을 되레 줄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주도형 일자리 창출은 이렇게 실패했다. 일자리는 공공이 아닌 민간에서 나온다는 간단한 이치를 몰랐는지 알고도 부정했는지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다가 고용 절벽을 자초했고 후세에 빚더미를 떠안겼다. 재정은 도박판이 됐고 국민은 더 가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