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밤 S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고(故) 손정민군 편이 방영됐다. 이번 편은 사안의 중대성과 세간의 폭발적 관심으로 인해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사건을 한 달간 추적해온 기자가 보기에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내용이었다. 방송은 과열보도를 하는 유튜버들 비판에 날을 세웠고, 내용 전체가 사건 흐름의 종합 정리에 불과했다. 이틀 전 경찰 수사자료나 그간의 언론 보도를 취합해서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익사로 판명난 손군의 '입수 경위'와 동석자 A씨의 관련 여부다. "도대체 만취해 풀밭에 쓰러진 손군이 어떻게 한강 입수를 했는가? 그때 A씨는 뭘 하고 있었는가?" 이게 관건이다. 방송에서는 여기에 대한 새로운 취재가 없었다. 스턴트맨 실험과 전문가들 진단, 기존 목격자 진술 분석이 전부였다. 취재를 통해 발굴된 팩트가 아닌 주관적 의견의 연속이었다. 물론 경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다가, 특별한 증거 없이 정황 등으로 섣불리 추측을 할 수는 없으니 객관성을 갖춰야 할 보도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간 각종 미제 사건과 미스터리한 현상들을 집중 해부해온 해당 프로그램의 권위와 내력, 그리고 시청자들의 신망을 고려한다면 이번 방송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또 하나 비판적으로 볼 대목은 제작진이 손군 아버지와 A씨 아버지까지 취재했으면서, 입수 경위 등 핵심 쟁점 질문과는 거리가 먼 '심경 묻기'에 치중했다는 점이다. 손군 아버지는 어떤 의혹들을 갖고 대응에 나서는지, 이런 의혹 제기들을 A씨 측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서로의 입장 차를 치밀하게 비교 분석하면서 숨겨진 허점이나 새로운 팩트를 발견했어야 했다. 게다가 방송 직전까지 양측의 입장문과 경찰 수사자료가 전부 공개되지 않았나. 이를 기본 데이터로 삼아 양측의 입장을 번갈아 물으면서 의혹을 해소해나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방송에 나타난 양측 아버지들은 사건의 의문점은 지적하지 않고, 개인의 심경만 드러내는 인물들로 비쳤다. 제작진이 일부러 사건의 핵심에 관해서는 질문을 안 한 것인지, 대답을 받아놓고도 보도를 안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유력 인사 개입설' 같은 하나 마나 한 질문만 생각날 따름이다.
손군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한강 시위에 나온 시민들이 마치 유튜버들의 과열보도에 선동된 것처럼 비쳐진 장면들도 문제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일부 유튜버들의 극단적 주장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모든 집회 참가자들이 유튜브 방송만 보고 비 오는 한강에 모여든 것은 아니다. 유튜버들의 주장을 차치하더라도, 이 사건의 의문점들은 한두 개가 아니다. 손군 유족 측의 의혹 제기는 물론, 네티즌들도 자체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찰 및 A씨 측의 해명으로 일부 의혹들은 해소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의문점들이 많이 남아 있다. 시민들은 이 지점들을 파헤치고, 지지부진한 사건 해결에 분개하며, 의문의 죽음으로 졸지에 외아들을 잃은 손군 부모의 아픔에 공감하기 때문에 휴일마다 집회에 나오는 것이다.
제작진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그저 유튜버들 훈계하는 '미디어 비평'을 듣기 위해 '그알의 손정민편 방송'을 기다렸겠는가. "내공을 인정받는 '그알의 취재력'이면, 경찰 수사를 뛰어넘어 사건 진상의 퍼즐을 맞출 새로운 사실 한 조각은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방송을 기다린 것이다. 그런 '그알'마저도 결국 손군의 의문사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사건은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