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는 어디에: 호서와 호남은 없다 / 이영훈 지음 / 백년동안 / 1만5000원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고자 기획된 환상의 나라 시리즈 1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에 이은 두 번째 책 '호수는 어디에: 호서와 호남은 없다'가 나왔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이승만학당 교장)의 책으로 중국의 동정호(洞庭湖)를 이상향으로 한 벽골제 환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조상들은 벽골제가 중국의 동정호처럼 큰 호수라는 환상을 품었다. 동정호를 경계로 중국의 호남과 호북이 생긴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호남과 호서가 생긴 것은 벽골제 때문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김제 일대의 평야는 바다와 강의 충적 작용으로 생겨난 한반도에서 지표가 가장 낮은 곳이다. 지금도 바닷물을 막는 갑문이나 방조제가 없다면 김제역 앞까지 서해의 바닷물이 밀려올라올 곳이다. 그런 곳에 큰 호수가 조성되기는 어렵다.
이 책은 벽골제가 큰 호수라는 환상과 호수를 낀 지역 별칭까지 생겼다는 것은 역사와 자연을 중국적으로 감각하고 해석해 온 우리의 정치사 및 정신사와 궤를 같이하는 현상이자 현실을 무시한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땅의 지배계층이 어떻게 중화사관을 내면화하고 거기에 뿌리깊이 예속됐는지를 추적·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