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8일 오전 서울 강남 더크로스처치에서 '기적이 만든 영화, 김일성이 아이들'이란 주제로 김덕영 감독의 강연회가 열렸다.
'김일성의 아이들'은 역사에서 버림받고 잊힌 존재로 살아가야 했던 동유럽 1만 명 북한 전쟁고아들의 이야기를 휴머니즘 관점에서 기록한 북한인권 다큐 영화이다.
김덕영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들과 깨달음을 전했다. 특히 이날은 기존 강연들과는 달리 영화 제작 과정에서 경험했던 기적들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감독은 폴란드에서 드론을 이용한 첫 촬영을 마친 후 두 번째 촬영에서 드론을 분실한다. 폴란드 경찰의 도움까지 받았지만 결국 드론을 찾지 못하고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알게 된 지인들이 장비 구입에 보태라며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보내주는데 그 성금액이 드론 구입비와 정확히 일치한다.
김 감독은 "금액은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액수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기만 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새로 구입한 장비가 아이슬란드에 있었던 저희들 손에 도착하는 과정 역시 돌이켜 보면 천만 분의 일의 확률이었다"며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까지 저희들이 원하는 시각, 원하는 장소에 때마침 한 후배가 여행을 오게 됐던 것도 돌이켜 보면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여정의 마지막이었던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의 거리에서 우연히 김 감독 일행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거는 루마니아 청년을 만난다. 그 청년은 "자신의 어머니가 루마니아에 왔던 북한 고아들과 친구 사이였다"며 어머니의 사진을 보여준다.
김 감독은 그 청년에게 "우리가 왜 루마니아에 온 줄 아느냐"고 묻고, "동유럽 북한 고아들의 역사를 추적하기 위해 왔다"고 답해준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면 신의 인도하심이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루마니아 청년은 그날 따라 특이하게 평소 걷지 않는 퇴근길을 택했고, 김 감독을 만난 것이다.
루마니아 청년이 김 감독에게 남긴 메시지이다.
"당신과 만났던 순간은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놀라운 신호였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의 여정과 늘 함께 하길 기도하겠습니다."
폭설이 내려 독일-체코 국경에서 길이 막히고 오도 가도 못하고 있을 때가 있었다. 김 감독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이날은 꼭 출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데, 홍해의 기적처럼 밝은 햇살이 먹구름을 뚫고 내리비치며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 감독은 강연 후 "교회라는 공간은 아직은 저에게 낯선 곳이긴 하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신비로운 체험들을 누군가에 꼭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기적들 덕분에 외롭고 힘든 영화 제작은 중단 없이 계속될 수 있었다"며 "'기적의 여정'이라는 이름 아래 교회라는 공간에서 증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불확실하고 힘겨웠던 촬영이었기에 기적처럼 다가온 신비로운 체험들은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되었다"며 "마치 저희들의 지친 영혼 앞에 다가가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다"고 말했다.
"지금 네가 가고 있는 그 길이 옳은 길이다. 포기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말라. 계속 앞으로 걸어가라."
김 감독은 "강연 중간중간에 '아멘'이라고 외치면서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셨던 이름도 모르는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좀 더 나아가 보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