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일 지도사. 사진=어린이조선일보

직업(職業)은 돌고 돕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새로 생기고 또 사라지니까요.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8년간 등록된 새 직업은 3525개에 달합니다.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 어린이조선일보와 함께 알아봅시다.

"우리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장례* 업체 추천해 주세요."

최근 국내 한 반려동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자신이 기르던 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강아지 별로 돌아갔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글 아래에는 갑작스레 가족을 잃은 보호자를 위로하는 것부터 사후(死後) 수습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떤 장례 업체를 선택해야 하는지 등을 적은 댓글이 빼곡하게 달렸다.

지난달 2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38만 곳. 우리나라 가구(전체 2304만 가구) 네 집 중 한 곳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가구당 평균 구성원 수(2.24명)를 고려하면, 반려동물 동거 인구는 약 14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 사람처럼 장례를 치르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떠오르는 직업인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이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적으로 돕는 사람이다. 지난달 28일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업체인 경기 광주 '펫포레스트'에서 강성일(42) 지도사를 만나 자세히 알아봤다.

"이별 다음 보호자의 삶까지 돌봅니다"

- 반려동물 장례 문화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에게 간단하게 소개한다면요.

"국내 반려동물 산업은 지난 20년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반려동물 '입양 붐'이 일었지요. 안타깝지만, 반려동물의 생애주기(生涯週期)에 따라 그때 입양된 동물들이 이제는 주인 곁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지금껏 입양에만 집중됐던 반려동물 문화가 '이별'의 영역까지 넓어진 겁니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이 죽으면 생활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해요. 동물의 사체(死體)가 폐기물로 분류되니까요. 땅에 묻는 것도 불법 행위죠. 보호자들이 여기에 거부감을 느끼고 합법적인 장례 시설을 찾아 화장하게 되면서 장례 의식까지 치르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반려동물의 장례를 잘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절차에 관여합니다. 반려동물과 사람의 장례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먼저 반려동물의 몸을 씻기고 생전(生前) 모습처럼 다듬어 주는 '염습'을 합니다. 다음에는 추모실로 옮겨 보호자와 마지막 시간을 충분히 보내도록 안내하지요. 이후에 화장 절차를 진행합니다. 화장이 끝나고 남은 뼈는 핀셋으로 조심히 수습해 뼛가루를 만들고, 이를 보호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을 겪는 보호자를 위로하고 관련 교육을 시행하는 등 반려인이 이별 후의 삶을 사는 데도 도움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 어떻게 이 일에 뛰어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10년 전,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어쩌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문장을 발견했죠. 매일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에 지쳤을 때라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뭐지’ 하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길렀던 반려견 ‘초롱이’가 떠올랐어요. 군 복무를 하느라 마지막을 지켜 주지 못해서 마음 한편에 미안함이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반려동물 장례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물 화장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당시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우리보다 앞선 일본으로 건너가 제대로 된 장례 절차를 처음 목격하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 국내에서 정식 지도사로 일하면서 관련 문화를 알리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 최근 반려동물 장례를 고려하는 보호자가 많더라고요.

“맞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동물 장례는 상상도 못 했어요. 화장터에서 하는 일은 그저 보호자가 두고 간 동물 사체를 수습하고 처리하는 게 다였죠. 이후 일본처럼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하나둘씩 생기면서 장례 문화가 퍼지게 됐습니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점점 더 많은 반려가족이 장례에 함께한다는 거예요. 3~4년 전만 해도 반려동물 장례를 치른다고 하면 ‘유난스럽다’는 말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주변 시선 때문에 보호자 한 명이 급하게 반려동물을 데려왔다가 돌아가는 게 다반사였죠. 최근에는 가족 3대가 찾아오거나 가까운 친구까지 방문해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늘고 있어요.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학교를 빠져도 이해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중이지요. 더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바라본다는 겁니다.”

- 반려동물과의 이별, 어떤 마음으로 하면 좋을까요.

“반려인들이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게 되면 펫로스증후군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면 최대 72시간까지 충분히 곁에 두고 시간을 보내길 추천합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노령 동물이 많아지고, 아프고 병들어 유기(遺棄·내다 버리는 일)되는 동물도 엄청나게 생길 거예요. 반려동물을 기르기로 마음먹었다면 번거로운 과정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해요. 그래야만 모든 반려동물이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떠날 수 있을 겁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되려면]

강성일 지도사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는 보호자는 국내 반려동물 인구 가운데 불과 5%로 추정된다. 하지만 반려동물 장례 문화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반려동물 장례 업체는 전국에 55곳. 강 지도사는 “펫포레스트에서 치르는 장례 건수만 한 달간 500건에 조금 못 미칠 만큼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련 자격증이 여러 개 있지만, 강 지도사는 “자격증은 중요하지 않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보호자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슬픔에 빠진 보호자를 대하는 동안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마지막 이렇게 배웅하세요]

1. 가장 먼저 실이나 머리카락을 코에 갖다 대 숨이 멈췄는지, 심장 박동이 멎었는지 등을 확인한다. 숨을 거두고 2시간이 지나면 코가 마른 것을 볼 수 있다.

2. 방석이나 두꺼운 수건 위에 옆으로 눕힌다. 이때 수건을 두 번 정도 접어 목과 머리 중간 부분을 받쳐 준다. 엉덩이 아래에는 배변 패드를 깔고 잠시 지켜본다.

3. 혀가 밖으로 나와 있다면 입 안쪽으로 넣어 준다. 혀를 보호하기 위해 깨끗한 물수건이나 탈지면을 돌돌 말아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괸다.

4. 눈을 감지 못했다면 손으로 눈 위쪽, 이마 부분의 근육을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쓸어내린다. 엄지와 검지로 눈 위·아래 눈꺼풀을 1분 정도 감겨 준다.

5. 목욕을 시킬 때는 목 부분을 조심히 감싸 미온수로 씻긴다. 털은 찬 바람으로 말려 준다.

6. 숨을 거두고 최대 72시간까지는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가능하다. 누워 있는 방석 아래 아이스 팩을 4~6개 깔면 부패 속도를 늦춰 시간 여유를 두고 애도할 수 있다. 아이스 팩은 5~7시간마다 교체하는 것이 좋다.

7. 넓은 수건 등으로 감싸고 목을 받친 상태로 안아서 장례식장까지 이동한다. 아랫배부터 엉덩이까지는 배변 패드를 덧대 준다.

● 출처=‘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펫로스 이야기’